
반년이 넘게 내 옷장 속에는 레드 와인 한병과 화이트 와인 한병이 있었는데 이번 달에만 두 병을 야금야금 마시고 있다. 레드 와인은 지난 주에 마셔버렸고, 화이트 와인은 그 달달한 맛이 싫어서 안마시고 있다가 감칠나는 글솜씨를 가진 블로그를 발견해서 역주행을 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파눌 샤도네이 리저브 2007. 좋다. 기대 안했는데 마시기 좋은 화이트 와인이다.
가슴이 저릿한 순간들이 있다. 미드 <엘리 맥빌>을 보다가 종종 그러고, 미친듯이 아름다운 글을 써내는 블로그를 발견할 때가 그렇다. 소설을 쓰는 혹은 쓰고자 하는 사람들의 글의 힘은 당해낼 수가 없다. 네이버에서 푸른지네, 새빨간활님의 블로그를 발견하고서는 요 며칠 밤을 샜다. 사람을 홀린다. 나는 강렬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좋다. 멀리서 지켜보며 혼자 좋아하는 팬심이어라. 그럴때면 술이 마시고 싶어지고, 모니터의 활자를 벗삼아 조용히 한잔.
일주일에 사흘 정도, 밤에 와인 한잔 정도를 마신다.(물론 이때의 한잔은 와인글라스 만빵)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나? 근데 애인은 그게 바로 알콜 중독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애인은 술을 못마신다. 그런데 와인은 콜렉션한다. 술이 떨어지면 나는 그 콜렉션의 일부를 강탈할테고, 애인은 또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할 것이다. 그게 바로 알콜 중독이라니까요.
허구많은 술 중에 굳이 와인인 것은 할머니께서 와인병은 술병이라고 생각 못하시기 때문이다. 소주병이나 맥주캔이 곤란한 이유이기도 하다. 손녀가 담배를 피는 것 때문에 전전긍긍하시는 어르신께 더 큰 고민을 안겨드리고 싶지는 않달까. 보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할머니께서 술을 모조리 갖다 버리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없이 담배와 라이터를 갖다 버리신 후 재털이로 쓰는 뚜껑 달린 머그컵에 채워져 있던 담배 꽁초들을 비우고 말린 꽃들을 채워놓으셨던 것처럼. 할머니의 꾸짖음은 매우 우아하다. 먼 훗날, 할머니께서 빈 병의 정체가 술병이라는 것을 아시게 되는 날이 와도 와인이라면 용납하실지도 모르겠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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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도 냉장고에 있는 와인을 먹고싶긴 하지만....
지금 나는 한달 동안 술을 멀리해서 말이지..
그런데 너희 할머니 참 우아하시다. 으하하..걸작이야! 걸작!!!!!
(혹시라도 상황이 그리된다면 나도 따라해봐야겠다. ㅋㅋ)
내가 잔소리를 해도 듣지 않기 때문일거야. 역효과가 나니까 우회적인 방법을 쓰시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