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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원작을 보지 않고 공연을 접하는 분들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입니다. 앞의 리뷰에서 가능하면 원작을 접하지 않으신 분들은 공연을 보지 않는 쪽이 좋을거라고 썼지만 이 공연에 등장하는 남자 배우분들이 워낙에 바람직한 몸매를 가지고 관람객을 현혹하시는지라.... 배우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공연을 보는 것도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휼의 배꼽에서 잘리는 상의와 옆 트임, 골반을 감싸는 랩스커트가 강조하는 뒷태하며.....
괴유의 헤어스타일과 동작, 어깨에서 허리까지 내려가는 문신하며......

괴유 역의 김영철님이 어느 기사에서 "오디션을 받을 때 상의를 벗으라고 했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때는 흘려들었던 것이 이제는 왜 그랬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지나 연출님, 쵝오. ㅠ.ㅠ_b 팬심을 읽고, 마음을 읽고, 소망을 읽으셨더군요. 몇몇 아낙네들이 뒤에서 "우리는 연출가 팬클럽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거다."라는 소리를 했다는 것을 전해드릴께요. 지인분은 무휼이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버지의 나라, 해명 태자의 군사들.... 내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말할 때 "당신은 몸만 있으면 돼!"라고 절규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더 이상 자세하게 읊었다가는 배우들이 겁을 먹을 것 같아서 생략합니다.

여하튼 이러한 아리따운 소문에 이끌려 공연장을 찾으실 분들을 위한 줄거리 가이드입니다. 한번 읽고 가시면 공연 맥락을 파악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거라고 보입니다. 현재 제가 만화책을 옆에 두고 있지 않아서(본가에 두고 와서) 세부 사항이 틀릴 수 있습니다. (틀린 부분은 다른 분들이 지적해 주세요. ^^)

--------------------------- 절취선 ---------------------------


대무신왕은 고구려의 3대 왕입니다. 이름이 대무신왕(大武神王)이라는데서 알 수 있듯이 '전쟁의 신'이라고 불렸던 왕으로 당대 부여에 비해 힘이 약했던 고구려의 왕이 되어 부여를 치고, 낙랑을 치게 됩니다. 대무신왕의 아들이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그 호동이고요. 대무신왕은 시호(諡號)이며, 이름은 무휼입니다.

주몽의 아들인 유리왕은 즉위한 후에 아들 셋을 죽이게 됩니다. 도절 태자, 해명 태자, 여진 태자입니다. <바람의 나라>의 훌륭한 점은 아버지 콤플렉스를 아주 효과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일단 유리왕은 부여에서 아버지를 찾아 고구려로 넘어옵니다. 어릴 때는 후레 자식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컸고, 고구려로 넘어와서 주몽에 의해 왕이 되지만 소서노와 그의 아들은 남하하여 백제를 세웁니다. 주몽과 함께 했던 신하들이 쉽게 유리왕의 편이 되어주진 않았을테고요. 유리왕은 아들에게, 신하들에게 자신의 권위를 강조하는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이런 왕에게 아주 똑똑한 아들이 있었다고 할 때 아버지가 느끼게 될 두려움이 무엇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해명 태자는 인품이 훌륭했는데 고구려를 모욕한 이웃나라 왕에게 대항했을 때 유리왕은 자결을 명령합니다. 그래서 동원에 창을 꽂아 말을 달려 떨어져 자결합니다. 형들이 죽어서 태자가 된 무휼은 왕위에 오르게 되고, 공연의 첫 시작은 왕위에 오른 무휼이 해명 태자의 군사들을 만나는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1막

유리의 아들이 무슨 일로 우리에게! 우리를 그냥 나둬라, 나둬라!

해명 태자를 따르던 무리는 해명 태자가 유리왕의 명을 받아 자결한 후에 둘로 나뉘게 됩니다. 한 무리는 같이 참수를 당하는 것이고, 한 무리는 살아남아서 후대를 기약합니다. 참수 당해 죽은 사람들은 원혼이 되어있습니다. 공연 첫 시작에 등장하는 원혼들은 자신들을 찾아온 무휼에게 적의를 드러냅니다.

명림의 새타니가 목숨을 걸고 사랑했던 님이다!

이 죽은 자들의 원혼과 살아남은 해명의 군사들을 돌보고 있던 사람은 혜압이라고 불리는 새타니입니다. 어린 아이의 영이 들려서 새와 같은 목소리로 미래의 점을 치는 여자입니다. 오래도록 해명 태자를 사랑했지만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던 해명은 외면하다가 죽기 전날 새타니를 찾아가 부부간의 연을 맺습니다(저승새의 신부로 살아가리)

TIP> 새타니와 해명의 대화 중에서 해명은 "한나라 여인을 질투해서 소박맞은 내 어머니는 궁에서 돌아보지 않을 분을 위하여 수를 놓으시지"라는 대사를 합니다. 국어 시간에 유리왕의 <황조가>를 들으셨을겁니다. 훨훨 나는 저 꾀고리, 암수 서로 다정한데. 외로울사 이 내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이때 배경 설화가 유리왕에게 화희와 치희라는 두 명의 아내가 있는데 화희가 치희를 모욕하여 한나라로 쫓아버렸다고 하죠. 유리왕이 한으로 돌아간 치희를 쫓아갔다가 못 찾고 돌아오는 길에 불렀던 노래가 <황조가>입니다. 이 작품은 치희를 쫓아낸 화희를 해명의 어머니로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질투로 한나라 여인을 쫓아버리고, 왕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언급을 합니다.


혜압은 아비가 죽여버린 자식이라서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해명 태자의 시신을 거두고, 굿을 합니다. 언젠가 해명의 뜻을 따라 명림의 숲으로 오게 될 무휼왕을 기다리면서. 무휼왕은 혜압을 만나 해명 태자가 준비했던 군사들을 거두게 되고(분다, 바람이 분다. 새 희망이 분다), 혜압은 죽은 원혼들을 위한 진혼굿을 합니다.(망무기 한다, 망무기 한다)

하늘님, 이이는 하늘 꽃 가희가 마음을 둔 단 한 사람입니다.

백호의 기를 가진 괴유는 해명 태자를 주인으로 섬기지만 해명에게서 자신이 아닌 동생 무휼을 따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괴유에게는 괴유를 무척 사랑하는 천녀(天女) 가희가 있습니다. 가희는 천신의 딸이지만 인간인 괴유를 사랑해서 그의 곁에 오래도록 머물고자 그의 여동생으로 태어납니다.(위치를 잘못 골랐죠;) 그의 오라비가 자신의 정체를 알면서도, 자신이 주려는 영원한 생명을 거부하고 무휼왕을 따라 전장에 나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애기 무휼... 그 작고 하얀 몸 위에 피 흐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주작의 기를 가진 세류는 무휼 왕의 누나로서 무휼이 어린 시절부터 전쟁에 나가 목숨의 위협을 받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그래서 그 대신 칼을 잡아서 싸우고 싶어합니다. 무휼왕의 신하이자 형제로서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외에 괴유와의 썸씽 라인이 있으나 공연에서는 생략되었습니다)

연아, 너는 내가 다치면 가슴이 아프지. 난 네가 울면 마음을 다쳐

무휼왕에게는 군사가 필요했고, 그래서 유리왕의 막강한 옛 신하들에게 군사를 빌리려고 합니다. 신하들은 군사를 빌려주는 대신 자신들의 측근인 여자를 원비로 들입니다.(왕은 애송이, 왕은 어리지만. 왕은 애송이~) 그렇게해서 원비가 되는 이지는 무휼을 사랑하지만, 무휼은 정략으로 한 결혼으로 여길 뿐 조금도 마음을 내어주지 않습니다.(오늘 그대의 품에서 잠들고 싶어) 무휼의 마음에는 어릴 적 차비가 되었던 '연'이 있습니다. 그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호동'이고요. 무척 사랑했던 여자이지만 자신이 없는 사이에 궁에 침입한 부여의 적에 의해 호동을 지키려고 하다가 죽게 됩니다.(따뜻한 그 얼굴 항시 그리워라. 날 위해 떠나가신 분. 마음엔 눈물이)



2막

- 너의 신수는 나와 상극. 이것이 최선이다.
- 병아리야, 병아리야!


형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자란 무휼은 자신은 절대로 아버지와 같이 되지 않으려고 했으나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바로 아들 호동의 신수인 봉황이 자신의 신수인 청룡과 상극이 되어 부자간에 살이 끼게 됩니다. 너무 사랑했던 여자의 아들인지라 지켜주고 싶어서 호동이 아직 어렸을 때 신수를 죽이려고까지 했으나 실패합니다.(아들에게 활쏘는 아버지여, 아비에게 맞서는 아들이여)

Tip> 이 작품에서는 사신도에서 차용한 신수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무휼왕은 청룡으로 눈이 멀었고, 백호의 괴유, 주작의 세류, 현무의 해명 태자입니다. 사신을 인격화 하여 성별을 부여하고, 그것을 부도라는 지향점으로 해석한 것은 김진 만화 고유의 독특한 상상력입니다.


어떤 꿈은 이룰 수 없어도 꾸어야 합니다.

무휼왕은 전쟁을 통해서 약소국 고구려를 강대한 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에 비하면 아들 호동이 꿈꾸는 나라는 전쟁이 없고, 피 흘림없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입니다. 무휼은 약소국의 설움이 무엇이고, 약한 나라의 짖밟힘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알고 힘을 키워 이를 극복하려 하지만 호동은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사랑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아버지를 너무 사랑하는 호동은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버지와 닮기를 원합니다. 아버지의 활에 맞았음에도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신수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합니다. 무휼왕은 목숨 보다 소중히 여기는 아들이지만 "약한 자는 왕이 될 수 없다"라면서 호동에게서 돌아섭니다. 아들이 자신과 대적하는 길을 걷기를 바라면서, 그가 그의 부도를 꿈꾸기를 바라면서. 물론 그 마음까지를 헤아릴 수 없는 호동은 무휼왕의 행동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의 부도는 하늘 나무 아래에 있고, 너의 부도는 하늘 나무 위에 있다.

무휼왕의 부도가 하늘 나무 아래에 있다는 것은 현실과 힘의 논리를 뜻하며, 호동의 부도가 하늘 나무 위에 있다는 것은 이상향과 유토피아를 뜻합니다. (나의 부도는 하늘 나무 위. 피 흘리지 않아도 평화로운 그 땅. 그런 세상 원하는데.) 그토록 사랑받길 원했던 아버지에게서 상처받고 돌아서야만 하는 아들과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을 닮은 아들에게서 등 돌아서야만 하는 아버지.

Tip> 호동이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낙랑을 치게 되는 이야기가 2001년 서울예술단에서 공연한 <바람의 나라> 1편입니다. 그때 박화요비, 김선영씨가 낙랑의 공주 사비 역을 하셨고, 송영두, 안근호씨가 호동, 낙랑의 왕자 운의 역할을 박완규씨가 맡으셨었죠. 전 언젠가 호동-사비 라인도 재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네, 그런 이야기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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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s 06/07/17 01:10  R X
감사합니다. 멋진 관람 가이드네요.^^ 제가 2002년 공연을 못봐서 그러는데... 혹시 시간이 남으시면 2002년 공연도 좀 어떻게 안 될까요..^^;;;;
빨간 그림자 06/07/17 01:13 X
앗, kats님. 2001년 공연은 자료집이 있습니다. 대본을 보시는 쪽이 나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주소를 비공개로 남겨주시면(주리줄창 받았었지만 저장을 해두는 것은 아니어서 ^^;) 우편으로 보내드릴께요.
06/07/17 01:20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빨간 그림자 06/07/17 10:19 X
초콜렛을 주세요. 엿 대신 초콜렛이랑 바꿔먹고 있습니다. ^^;
kats 06/07/17 23:57 X
알겠습니다.^^;;;; 발신주소로 발신하겠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09/04/11 04:46  R X
저는 왜 이렇게 <바람의 나라>가 좋죠?
뭔가 2%로 부족함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올해 재공연한다는데, 기대해봅니다. 서울예술단!

빨간그림자 09/04/11 23:13 X
저는 올해 공연은 보게 될지 아닐지 모르겠어요. 워낙에 봐야할 공연들이 쌓여있고, 경제는 어렵고. 기타등등. 흑흑흑. 보고 오시면 꼭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06년의 초연같은 느낌이면 좋은데 07년 버전의 과잉은 그다지 좋아하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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