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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공연이 컬트적 성격을 가진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 <바람의 나라>가 국민적 필독서인 것 마냥 원작 정보를 무지막지하게 깔고 가는 작품이어서 호오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는 작품일 것 입니다. 앞의 리뷰에서 썼듯이 저는 이 공연이 특정 관객의 접근을 제한하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공연을 이미 봤거나 공연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는 관객분들과의 수다를 위해서 쓰는 글이라는 것을 겸허히 인정합니다.

1주일 밖에 안하는 공연을 세 번이나 보는 기염을 토하면서 더블 캐스팅을 모두 접했습니다. 맨 앞에서 보고, 2층 끝 줄에서 보고, 좌에서 보고, 우에서 보고. 더 이상의 다른 무대 시야는 나오지 않을거라고 자부하면서 몇가지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1. 무휼은 무표정이다?!

이 작품에서 무휼은 자신만의 독립된 넘버가 없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제창의 일부로 부를 뿐이고요. 실제로 무휼은 주변 사람들이 그 마음을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해명 태자가 "그는 외로운 사람이다"라고 말을 하죠. 오죽하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한 여자를 닮은 아들 호동이 아버지에게서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가, 아닌가를 회의하고 있을까요. 무휼은 작품 내에서 노래를 하지 않는 대신 시선(표정이 아님)과 머뭇거리는 손짓, 춤으로 내면을 표현합니다.

무휼의 격렬한 감정이 나타나는 부분은 그의 어린 시절입니다. 무휼이 춤을 추고 뒤에서 새타니역의 배우가 나레이터가 된 후에 양쪽에 부여의 왕 대소와 무휼의 신하였던 장군 연비(호칭이 틀리면 지적해주세요)가 나타납니다. 유리왕이 죽인 태자들은 약소국이었던 고구려가 택한 정치적인 방책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그런 식으로 해명 태자를 죽였는데 무휼왕자 역시 고구려를 얕보는 부여왕에게 대적합니다. 그러자, 유리왕이 무휼왕자를 대소왕에게 "그는 내 아들이 아니니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라고 하면서 적은 수의 병사만을 딸려서 적군에 내보냅니다. 대소왕은 왕자를 죽이려고 하죠. 연비의 경우는 한나라와의 전쟁시에 목을 베인 장군입니다. 무휼왕자를 충심으로 따르던 신하였는데 약소국의 장군인지라 죽게 되죠. 이 사건은 무휼이 아버지에게 버림받는 일이자 자신을 믿고 따르던 자가 죽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사건을 되풀이하면서 무휼은 격한 몸동작으로 이것을 표현해 냅니다.(그는 말이 없는 사람이며, 설명하는 법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건 작품의 신비주의 컨셉이기도 하지만 본디 왕이란 "이하 설명 생략이다"라고 말하는 곤조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슴에 쌓이는 분노와 울분. 나는 더 이상 내 나라 백성들이 약하기 때문에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이 마음이 그를 전쟁의 신으로 만들고, 강한 고구려를 구축하게 합니다. 춤으로 표현되는 무휼의 감정과 고뇌, 힘이 없으면 결국 평화조차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아가게 되는 무휼의 춤을 감상해 보십니다. 바람직한 몸매를 가진 배우의 몸 동작도 아름답지만, 그러한 격한 내면의 고뇌를 다스리고 마침내 굳건한 표정으로 정면으로 똑바로 서 있는 아름다운 왕의 모습을 보시는 것도 감동적입니다.

게다가 고영빈 무휼과 김산호 무휼은 표현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이건 배우들의 성향 차이라고 보여요. 고영빈 무휼은 조금 더 절도있고, 지배자에 가까운 강인한 무휼입니다. 김산호 무휼은 조금 더 애처롭고, 내면은 따뜻한 사람이나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고영빈 무휼은 '차갑고, 강인한 왕으로의 무휼'이고, 김산호 무휼은 '커다란 투구를 쓰고 피흘려야 하는 부드러운 뺨을 가진 어린 무휼'의 느낌입니다. 두 사람 모두 작품 내내 -_- 이런 표정으로 나오는 것 같지만 배우의 마스크와 시선 처리에서 미묘한 차이점이 드러납니다.

김산호 무휼에서 좋았던 점은 연과의 회상 장면입니다. 김산호씨가 감정 처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가장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 그 부분이 아닐까 싶더군요. 연을 매우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대합니다. 대신 이지의 경우도 '거부한다'의 느낌이 크지 않아서 "여자라고 전부 친절하게 대하시면 아니되옵니다, 마마"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고영빈 무휼의 경우는 연이에게는 조금 더 나긋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그렇게 팍팍 일으켜서 인형처럼 껴안으시다니.....) 고영빈 무휼이 좋았던 부분은 2막 전부입니다. 강인하고, 차가운 왕. 특히 호동과의 대립 장면은 절절하다 못해 가슴이 아픕니다.



2. 해명은 어떤 존재인가.

김법래, 홍경수 해명은 매우 해석이 다릅니다. 김법래 해명은 무대 위의 존재감이 매우 커서 무휼을 압도합니다. 그래서 극의 중심이 해명-혜압으로 옮겨갑니다. 어떤 분은 '전능신'의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는데 과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운명의 힘을 강조하는 2막이 되면 더욱 해명의 존재가 커져서 운명의 수레바퀴를 직접 돌리고 있는 자처럼 보입니다. 홍경수 해명은 어디까지나 극의 중심을 무휼에게 둡니다. 그는 제 3자이며, 나레이터입니다. 무대 위에서 무휼을 압도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드라마틱한 느낌은 김법래 해명쪽이 강하지만, 무휼을 극의 중심으로 두는 구도를 선호한다면 홍경수 해명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강한 사람들을 좋아하다 보니 고영빈- 김법래 라인을 더 선호합니다만은.



3. 그 외의 배우들

호동의 노래와 연기가 참 좋네요. 특히 여러 연령층을 넘나 들면서 아이이자,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구현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2막의 무휼과의 대립 장면은 언제 보아도 감동적입니다. 무휼이 무표정한 만큼, 호동이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하여 두 부자간에 끼어있는 살(殺)을 표현해 낼 수 있었다고 보이거든요. 구신의 경우 전 임춘길씨의 공연 밖에는 보지 못했는데 임춘길씨의 코믹 애드립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평은 들었습니다. 마로의 김백현씨는.... 강하십니다. 성량 좋고, 대사 발성 확실하고. 2층의 뒤에서 들으면 대사가 또렷하게 전달되는 분이 새타니, 마로, 호동, 세류, 고영빈 무휼, 김법래 해명, 구신입니다. 괴유와 가희는 대사가 전부 먹힙니다. 가희의 경우는 노랫말도 명확히 전달이 안되는 부분이 있고요. 그리고, 가희와 괴유의 대사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조금 더 명확하게 끊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괴유의 몸 동작이 많아서 힘이 들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대사 전달이 1차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의 경우는 표독하기 보다는 나날이 가련해지고 있습니다. 연과 이지의 해석이 조금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봐서는 "무휼은 강한 여자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연과 이지랑 싸우면 이지가 머리를 쥐어뜯길거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마음 약하고, 눈물이 많은 여자였다는 점도 잘 모르겠고. 연의 넘버 자체가 톤이 바뀌면 더 좋을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가련하다기 보다는 적을 물리치겠다는 의지에 찬 여전사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더군요. 세류를 저 톤으로 터치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4. 춤과 조명

이 공연에는 무용이 많이 도입되어 있습니다. 굉장히 아름답고요. 명림 숲에 있는 원혼들의 진혼굿이 망무기 장면은 불 타는 숲의 장면을 보여주는 스크린의 사용과 함께 잘 어우러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안무의 동선이 참 좋은데 마로와 군사들이 하는 "분다, 바람이 분다, 새 바람이 분다"라는 넘버에서는 군무의 동선이 꼬입니다. 그러나 그 외의 나머지 군무들은 출중합니다. 2막 후반부의 전쟁 장면은 다시 봐도 훌륭합니다.

2층에서 보면 바닥 조명이 보이는데 예쁘네요. 해명의 현무, 무휼의 청룡, 세류의 주작, 괴유의 백호가 어우러져서 사신도의 노래를 부르면서 4개의 선이라던가 방위, 별자리를 형상화하며 조명의 선이 그어지는 부분도 2층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였습니다. 조명과 배우의 타이밍이 잘 맞아서 실수없이 연출되는 장면이다보니 보면서 무척 즐겁더군요. 무휼과 이지와의 첫날 밤이라던가, 무휼과 호동의 대립이 각기 다른 선 상에 서 있는 부자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는 장면, 전쟁 장면은 조명 무늬와 배우의 움직임이 어울러져 그림처럼 나옵니다.

5. 모니터링

무대를 깊이 사용하기 때문에 2층에서 보면 첫 부분의 나레이션의 윗줄이 전부 잘립니다. 대신 2막의 호동의 죽음 부분에서는 스크린 자체가 낮게 내려와있기 때문에 글자 해독에는 문제가 없더군요. 그런데 앞줄에서 볼 때 실수가 있던 17일 오후 공연은 호동 장면에서 배우가 스크린의 글자를 가립니다. 재공연이 이루어진다면 스크린에 뜨는 글자이 분량을 조금 더 줄여서 어느 좌석에 않던지 글귀가 전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많은 정보를 주고 있어서 읽지 못하는 경우 영향이 꽤 큰 편입니다. 특히 이지와 호동이 다정하게 만난 후, 후일 이지가 호동을 모함에 자결하게 만든다는 사료를 스크린으로 출력하는 경우 글귀가 읽히지 않으면 장면이 해독이 안되거든요. 근데 글자가 안보입니다.

또, 조명을 워낙에 다양하게 사용하는 공연이다 보니 가끔 무대에 많은 배우들이 서 있을 때 실수가 일어나더군요. 대사를 치는 배우들의 얼굴은 밝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계속 호동의 마이크가 중간에 잠깐 나갑니다. 2막에 들어서 대사 한 토막은 마이크가 먹어버리더군요. 마이크의 문제인지, 모니터링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호동에게만 일어나는 일이어서 마이크 문제는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새타니와 해명이 부르는 '저승새 되어 살아가리'와 무휼의 테마가 다른 곡에서 일부분을 따와 부분적으로 변주한 멜로디인 모양이더군요. 지인분들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와 위풍당당 행진곡의 변주를 지적하셨습니다. 작곡가분이 다른 곡에서 따온 곡조가 있다고 인터뷰 때 언급하긴 하셨지만 창작 뮤지컬이라면 음악의 오리지널리티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재공연이 된다면 수정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공연인데 오히려 이로 인해서 평가가 절하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6. 이벤트 소개

서울예술단의 알바생이라는 오해를 감수하며 공지 사항 소개입니다. <바람의 나라> 이전 관람 티켓이 있으면 40% 할인으로 현장 구매가 가능합니다. <바리>, <크리스마스 캐롤>,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서울예술단 이전 공연의 티켓이 있어도 40% 할인 구매가 가능합니다. 참고로 티켓 가격은 R석 6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입니다. 인터켓이나 전화 예약은 안되는 모양이고, 현장 구매만 적용된다고 합니다. 21일 막공 표는 제법 남아있으니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작자인 김진님이 매일 공연장에 오시더군요. 만화책 들고 사인해 달라고 하면 받아주시지 않으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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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빛 06/07/18 11:55  R X
또 지르고 싶습니다..그러나 행인지 불행인지 여기는 대구라서 충동적으로 지르른게 불가능합니다..T.T

데굴 06/07/18 12:07  R X
삼각김밥도 사치다! 난 집안에 있던 콩튀긴걸 도시락으로 싸왔다.(먼 산)

misha 06/07/18 12:55  R X
그쵸. 김산호 씨의 무휼은 고영빈 씨의 무휼에 비해 더 부드럽고 애잔해요. 그래서 이지와의 첫날밤 장면이 한층 더 스릴 넘쳤달까(참고로 별사 분 중 한분은 김산호씨 무휼을 보고 '내가 보기엔 무휼이 연보다 이지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았어'라고 했을 정도;;). 분명 공연 후에 남는 인상은 고영빈 씨가 압도적일 겁니다. 하지만 김산호 씨의 무휼은 계속 아련하게 떠오르네요.
코믹애드립은 확실히 임춘길 씨가 더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로도 토요일의 김백현 씨 노래가 더 또렷하고 좋았고요. 이종한 씨도 좋긴 한데 마로 특유의 욱하는 느낌은 김백현 씨가 더 두드러지더군요.

젠장. 가고싶어요가고싶어요가고싶어요!!!! (이 피맺힌 절규;) 지방공연 일정은 아직 계획에 없다는데. 으흑흑흐흑. ㅠ_ㅜ
빨간 그림자 06/07/18 12:59 X
아니, 김산호 무휼 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무휼들이 이지에게 친절해요.
손을 내밀려고 했다가 멈칫하는 거 보세요.

전 2막의 호동의 넘버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있어서 고영빈 무휼이 주는 강인함과 호동의 대비가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강인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호동의 시선이랄까. "당신의 사랑이 바로 이런건가!"라고 말하는 호동을 끝없이 바라보는 무휼. 아아. T-T

lukesky 06/07/18 13:59  R X
..........저 아무래도 누군가 말려주지 않으면 삼각김밥이고 뭐고 지를 것 같습니다. [으흑]
김산호씨 무휼은 게다가 성장하고 있어서 좋아요. ^^* 팔다리의 처리를 뚜렷히 해주니 훨씬 살더군요. 연과의 장면은 정말 그 분 쪽이 더 애틋합니다. 애절한 부분이 있어요.
17일 오후 공연 보셨어요? 그럼 저도 빨간그림자님을 뵜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아쉬워라. 서로의 얼굴을 안다면 인사라도 나눌 수 있었을텐데요.
빨간 그림자 06/07/18 14:02 X
근데 김산호 무휼은 이지에게도 너무 친절해요. 여자에게 전반적으로 친절한 무휼인 것 같아요. 고영빈 무휼이 연에게 살짝 냉랭한 만큼 이지에게도 냉랭하지만요. 덕분에 김산호 무휼은 이지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모르는 것 같고, 고영빈 무휼은 이지를 유혹하는 것 같아요. -_-;
빨간 그림자 06/07/18 15:45 X
혹시 김진 선생님 근처에 계신 분이신가요?
인상 착의를 말씀해 주시면 저는 기억할 것 같아요.
저는 17일 하루 종일 있었답니다. 21일도 하루 종일 있습니다;
삼각 김밥은 둘째 치고 밥을 먹을 수 있기나 할지. (묵념)
kats 06/07/18 17:45 X
초코렛이라도 많이 바꾸시길.... ^^;;;
데굴 06/07/18 18:16 X
lukesky / 말리긴요. 우리 같이 질러 보아요~ 공연장에서 만나보아요~
빨간그림자 / 글피에 월급 나오니, 금욜날 밥은 내가 맛난걸로 사주고마. 워째 일주일만 해주셔서 다행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마저 드는군.

kats 06/07/18 15:57  R X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작품 관람할 때 가장 좋은 좌석은 무대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좌우대칭 상하균등의 소실점을 느낄 수 있는 좌석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적 공간감을 해체해버리고 무대의 깊이를 적극 활용하는 스테이징과 블록킹이 스크린에 투영되는 배경과 함께 원근감을 형성할 때 제대로 표현될 수 있을 듯 하더군요.
그리고 저는 김산호 무휼이 더 좋습니다만 이 분의 캐릭터가 과연 의도된 연기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제가 첫공을 봐서인지는 몰라도 김산호씨의 '약함'은 오히려 무대에서의 자신감 부족에서 오지 않았나도 싶어요(돌 맞겠다...) 시선처리 동작 하나하나에도 틀리지 않으려는 소심함이 묻어 나온다고나 할까요. 커튼콜 때도 많이 긴장하셔서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몰라 (`` )( '')하시더니 다들 퇴장하려는데도 혼자 허리 숙이고 있어서 옆에 계시던 조정석씨가 큭큭거리며 데리고 가시더군요. 처음 입대한 이등병 같아서 귀여웠습니다. 아무튼 위에 성장하고 계신다는 말씀도 이런 연유 때문 아닐까 싶고요... 다 크면 진짜 무서운 무휼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빨간 그림자 06/07/18 16:03 X
그래서 김산호 무휼의 감정이 특히 연이와의 장면이 솔직담백하게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김산호 무휼이 연기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쪽이지만, 만약 무휼에게 호동만큼의 정서 표출이 필요했다면 역부족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무휼이 무표정한 캐릭터다 보니 그 캐릭터의 감정에 맞춰 표현하려고 애쓰는 배우의 의도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봅니다. '배우'로서의 존재감은 고영빈 무휼이 한 수 위이긴 합니다.

제가 고영빈 무휼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이는 것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라는 잠재력의 느낌 때문입니다. 그건 세류, 마로에게서 받는 느낌입니다. 표현할 수 있는 대사나 넘버가 적을 뿐이지 배우의 실력은 그 이상이라는... 잠재력이 주는 긴장감. 그건 무휼이라는 캐릭터와도 제법 어울린다고 봅니다. 저는 '어린 동생 무휼'을 보는 세류의 입장이 아닌 '왕으로 섬기고 싶은 무휼'을 보고 싶은 관객이기 때문에 선호도가 갈리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데굴 06/07/18 16:04 X
그렇죠? 무대 오른쪽편에 치우쳐서 공연을 보다가 정면 근처에서 공연을 보니, 차이가 무엇인지 확연히 보이더군요. (더더욱 R석 중앙으로 가고 싶은 욕구가 훨훨) 사이드에서 볼 때는 사실 배우들의 교차 움직임이 그렇게 눈에 꼭꼭 띄게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간혹 무휴과 해명태자는 겹쳐 보이기도 했거든요. 정면에서 보니 대각선과 일직선 교차의 방향이 확실히 보이면서 이해도도 높아지더군요.
아마 이 공연은 첫 무휼을 누구로 보았느냐가 아주 관건인 모양입니다. 전 고영빈 무휼을 처음 봐놨더니 외로운 왕으로서의 처연함이 절절해 보이는 그 존재감이 더 좋군요. 김산호 무휼은 2막을 들어가니, 좀 더 애잔해 보이는 맛이 있기는 했어요. 누구를 봐도 어떻게 봐도 애정지수는 상승하기만 하는군요. :)
kats 06/07/18 17:39 X
넵. 배우로서라면야 고영빈씨가 압도적입니다. 김산호씨에겐 미안하지만 비교자체가 무리 아닐까 싶어요. 거의 '연기'와 '동작'의 차이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똑같이 무대를 가로질러 걸어가는데 고영빈씨의 경우 무휼로서 다른 인물들을 쳐다보고 그 반응을 눈빛에 담으시려고 하시더군요. 그에 비하면 김산호씨는 자신의 동작에 신경 쓰느라 그저 워킹하는 모델로 보였구요. 그나마 말씀하신 것처럼 그 차이를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큼의 내면표현 자체가 없기 때문에 무휼이라는 역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꼭 김산호씨의 능력 부족으로만 치부할 문제는 또 아닌 듯 합니다. 근본적으로 이지나 연출이 요구하는 무휼이라는 캐릭터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보입니다. 거의 가면극처럼 허용되는 표정은 눈빛의 움직임 뿐, 심경은 무용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표현. 이런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가 인류역사상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브로드웨이의 가창력과 일본 노의 표현력, 서울액션스쿨의 무술,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의 춤솜씨를 합쳐서 인조인간을 만드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고영빈씨도 연출이 요구하는 경지에는 미달한다는 느낌이고 (개인적으로는 극 자체의 완성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온 세상에 존재하는 퍼포먼스를 모두 모아 놓은 듯한 이지나 연출의 욕심 덕분에 배우들이 얼마나 죽어났을까 불쌍하기도 하고 그만큼이나마 소화해낸 것도 기적이다 싶고 그렇습니다) 해서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에 더 가까운 무휼에 호감을 갖게 되는 듯 합니다. 물론 그 호감에는 먼저 김산호씨로 봤다는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게 분명한 듯 싶습니다. 파격적인 무대로 인한 정신적 충격상태에서 김산호 무휼의 이미지를 수용하고, 이후 고영빈씨의 연기를 통해 보충설명을 들은 느낌이랄까요... 반대로 봤으면 연기의 약점이 더 많은 김산호씨가 확실히 죽어 보일 듯 합니다.
데굴 06/07/18 18:14 X
이지나 연출의 욕심 덕분에 배우들이 얼마나 죽어났을까 불쌍하기도 하고 그만큼이나마 소화해낸 것도 기적이다 싶고 그렇습니다 -> 이 부분에서 끄덕끄덕
처음에 공연을 봤을때, 어째서 저 좋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지 않는건지 상당히 안타까움이 느껴졌지만 공연 중반으로 가니, 그 설정이 이해가 가기도 하더군요. 게다가 절제된 춤 정도로만 표현이 되는 무휼역이다보니요..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들과 그것을 아울러낸 연출과 배우님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랍니다. 정말 멋진 공연이었어요.
kats 06/07/18 18:46 X
대충만으로도 뮤지컬, 드라마틱 발레, 넌버벌, 무술, 아크로바틱 등등 하나만도 제대로 하기 힘든 고난위도 퍼포먼스들이 난무(?)하니 이쯤되면 배우들 죽이자는 거지요...
데굴 06/07/18 19:20 X
네, 문외한인 제가 봐도 태껸의 동작들과 현대무용의 동작들이 섞여 있더군요. 그 몸놀림들을 익히느라 어지간히 힘들었을거 같어요. 덕분에 무대위의 퍼포먼스는 정말 멋졌지만요.
zhenya 06/07/18 19:41 X
아쉬워라..
그렇게 심하게(?) 혹사시키고 일주일만 공연을 하다니...너무해요!!!!
담주에도 하면은..2.5일날도 질러줄 마음이 있거늘..

zhenya 06/07/18 15:58  R X
푸하하하~ 질러라 바람의 전사여....-_-
(단단히 빠졌군~)
앗! 그럼 21일 오후것도 지른거지?
깔깔깔~~~ 그럼 사이좋게 보자꾸나..나도 캐스팅별로 ...좌석별로 함 앉아보고 싶구나..
좀 길게 공연해주면 안되나?
빨간 그림자 06/07/18 16:10 X
지르러 이제 예술의 전당으로 출발한다.(현장 예매만 가능)
덕분에 21일은 하루 종일 예술의 전당에서 즐거워하겠는걸. :)

알테마 06/07/18 21:48  R X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마침 뭔 바람이 불었는지-_-; 바람의 나라를 간만에 죄다 꺼내읽어 업 되었던 차에 이리 멋진 리뷰를 보고 정말 말 그대로 피가 끓어올라 냉큼 예매를 하고 말았습니다. 금요일자 3시 표인데 벌써부터 두근두근 기대가 되네요. 만화로 보고 펑펑 울었던 그 아름다운 대사들을 배우들이 말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대가 됩니다T-T
언제나 멋진 리뷰 정말 감사합니다^^ 공개하신 음악도 들으며 벌써부터 감동받고 있습니다;
빨간 그림자 06/07/19 00:32 X
21일이면 공연장에서 뵙겠네요.
원작 팬이시라면 공연 보면 눈물 나실 거예요.
대사가 주옥같다 못해 귀에 박힌답니다.

06/07/19 00:44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빨간 그림자 06/07/19 00:54 X
앗, 누군지 알겠습니다. ^^
그런데 말씀하신 인상 착의는 제가 아니랍니다.

오늘 별님을 뵈었더랍니다.
21일에는 함께 인사할 수 있을 것 같군요. ^^

kats 06/07/19 01:31  R X
그런데 현매 40%로 구할 수 있는 표는 어느 좌석쯤인가요?
단관 양도표를 노리는 게 좋을지 어떨지 궁금합니다.
빨간 그림자 06/07/19 01:34 X
당일 표만 구매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은 이쪽이 싸도, 좌석은 단관 양도표가 좋을 것 같은데요.
kats 06/07/19 01:44 X
답변 감사드립니다. 다행스럽게도 좌석이 많이 남아서 하는 현매 이벤트는 아닌가 보네요^^. 그런데 빨간 그림자님께서 절정 펌프 업 해놓으셔서 단관양도표를 구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ㅠㅠ. 그리고 김진 선생님 잠시 스쳐 뵈었는데 이 분도 나이가 드시는구나 싶어 좀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izzily 06/07/20 02:46  R X
오늘 단관양도표 받아서 1층 앞뒤중간, 양옆중간에서 보고 왔습니다.
되도록이면 단관양도를 받으시라 권하고 싶지만, 단관하는 곳이 있을까요;;
혹시나 해서 들어간 티***에 막공 1층 앞쪽 R석이 달랑 한장 사뿐히 놓여 있길래, 정가에 수수료까지 주고 질렀습니다. 조지킬 팔아서 메꿔야지요 :)
내일도 갈 거고(김산호씨 캐스트가 내일뿐이더군요), 모레는 반차내고 낮/밤 모두 볼 겁니다. 오늘 매표소 언니야 말을 빌자면, 오픈은 공연시작 1시간전부터인데, 그 전부터 와서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고들 합니다.
아직 티팍에는 1층 양옆 S석 정도는 남아있더군요.
그림자님은 엘리자베트도 그렇고 바람의 나라도 그렇고 지름뽐뿌신으로 부업하셔도 되겠습니다ㅡㅜ 하지만 놓쳤더라면 더 후회했겠지요

귀가하시는 김진선생님을 붙잡고 사인부탁드렸더니, 남의 줄에 끼어 사인한다며 웃으시면서도 어땠느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시더군요. 건강이 좋지 않아 보이셔서 안타까웠습니다.
빨간그림자 06/07/20 09:54 X
아, 저도 21일 공연 좌석 문제로 결국 정가로 예매해서 질렀지요. 낮/ 밤 공연을 모두 볼 생각이니 아무래도 공연장에서 뵙겠네요. 수습제냐양이 올라오는데 그러면 별빛바다님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

사인 받으셨다니 부러워요! 전 엉거주춤하게 굴어서 아직 사인은 못받았답니다. 김진님도 매일 오시더군요. 선생님께서 일주일이니 왔지 한달이면 죽을 뻔했다고 농담하시더군요. 한달이면 관객, 배우, 스탭 모두들 죽어갈 공연이기는 하죠. 아무튼 마음에 드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호오가 뚜렷하게 갈릴 공연이라서 추천을 하면서도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답니다. 전반적으로 여자 관객이 호감을 갖고, 남자 관객들이 별로라고 생각하더군요. 원작 정보의 차이도 있지만 이미지에 대한 반응 차이도 있는 듯 합니다. 여하튼 이 컬트 무리에 끼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일 공연장으로 달려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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