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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시: 2006년 7월 25일- 26일
공연장소: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총연출: 안애순
영상: 김용태, 김성철
무대: 김종석
조명: 김성철
음악: 양용준
기획: 신동훈
출연:
박소정, 최혜경, 황수현, 안영준, 배지선, 한상률,
양승민, 송주은, 김명신, 김민경, 박시한(객원무용수)
http://www.a-soon.com/
뮤지컬 <바람의 나라>를 보고서 안무에 무척 호감을 갖게 된 터라, 곧 이어 올라가는 안애순 무용단의 공연을 예매했습니다. 군무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각 에피소드로 나뉘어서 서너명의 무용수로 이루어진 안무들이더군요. 안애순씨의 안무가 아니라 안애순 무용단 단원들의 안무였고요.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이 무용은 4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 특별공연: 89 Degree (안무: 김명신)
+ 에피소드 1. Timing (안무: 황수현)
+ 에피소드 2. Frame (안무: 안영준)
+ 에프소드 3. Progression (안무: 박소정)
일단 특별 공연 무대로 시작됩니다. 특별 공연 무대가 처음에 등장하는 것이 의외이기는 했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89도 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는 모르겠지만, 독신이고, 조금은 세상에 지치고, 살짝 자폐적으로 보이는 여자가 무대 위에 서 있습니다. 그녀는 자유롭게 헤엄을 치는 돌고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어느날 욕조에서 그녀는 돌고래가 되는 꿈을 꿉니다. 영화에서 여자가 욕조에서 돌고래의 환상을 본다고 했을 때 여자의 몸이 욕조 밖으로 붕붕 떠서 공중을 둥실거리며 헤엄치는 장면을 상상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걸 무용으로 구현해 내더군요. 욕조 밖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합니다.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욕조 밖으로 천천히 굴러나오는 동작인데 아이디어 자체가 기발해서 꽤 인상 깊었습니다. 그녀의 춤은 스크린으로 투영되는 돌고래의 이미지와 돌고래의 울음소리와 함께 어우러지고요. 마지막은 가쁜 숨을 내쉬면서 욕조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제게는 상당히 사랑스러운 이미지들이었습니다. 서사를 갖고 있다는 부분에서 접근이 쉬웠기도 하고요.
본 공연인 첫번째 에피소드는 젓가락 행진곡이라고 해야할지, 건반의 통통거림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4명의 앳된 여학생들이 반복된 패턴으로 춤을 춥니다. 패턴의 미학이라고 해야할 듯 한데, 이것이 보는 관객에게 얼마나 아름답고, 흥미있게 다가오는가는 별개인 듯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무용에서 동작이 변주되지 않고 반복되면 관객의 집중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살짝 한 사람이 넘어졌습니다. 균형을 잃었던 것인데 의외로 관객들이 눈치를 못 채더군요. 워낙에 형이상학적인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던 탓으로 보여요. 무슨 동작을 하던 "컨셉이려니..." 하고 넘어가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했고요. 그만큼 해독이 되지 않고 있었다는 뜻이 아닌가 싶더군요. 패턴의 반복이 되면 경쾌한 느낌이 가미되는 쪽이 좋을텐데(완두콩들이 젓가락 행진곡에 맞춰서 춤을 추는 것처럼요. 통-통-통) 무용수들이 지나치게 진지했던 탓도 있는 것 같고요. 지인의 경우는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노동을 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게 분위기 자체가 다소 어두웠습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무척 근사한 공연이었습니다. 잘 훈련된 무용수의 몸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더군요. 말 그대로 몸의 움직임 자체가 중요했던 공연이라서 보는 것 외에 더 이상 다른 말을 첨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로란 저런 것이구나"라는 느낌만 들었거든요. 두 명의 남자 무용수와 한 명의 여자 무용수가 마치 물이 흐르듯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동작을 하는데 안무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훈련되지 않은 사람은 절대 흉내를 낼 수 없는 고난이도 동작들이 나와서 잘 훈련된 신체라는 것을 절감하게 만들더군요. 이 공연의 제목을 The Moment가 아닌 The Movement로 알고 있었던 탓에 무용수의 '움직임'이 보여주는 현란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Frame이란 제목 자체와의 연관성은 모르겠지만 세 남녀의 몸을 통해 차례로 이어지는 안무들이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첫 시작이 쇼윈도의 여성, 혹은 병원에 있는 여자의 느낌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TV 화면을 보는 것으로 끝나서 나름대로의 이미지 설정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로서는 해독이 안되었습니다. 그냥 현란한 몸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겼다고 해야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 같습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거문고 혹은 가야금 연주가 모티프로 보이더군요. 현악기 특유의 울림을 파장이랑 연결시켜서 해석한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잔잔한 수면 위에 물방울이 떨어져서 퍼져나가는 듯한 움직임과 현의 울림을 무용으로 표현했다고 보이는데 느낌이 아주 미묘했습니다. 지인이 "집단 마스터베이션"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탁월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도 음악이 귓가에 울린답니다. 작품이 자의식이 넘쳤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보고 있으면 미묘하게 불편합니다. 나쁘다, 미흡하다, 모자르다의 느낌이 아니라 정서의 톤이 제 감성과 어긋나 있다는 게 뚜렷하게 다가와서요. 바꿔말하면 그토록 강한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었다는 뜻이겠지만요.
네가지 에피소드들이 전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보기에 즐거웠습니다. 종합선물세트처럼 그 중에서 취향에 맞는 맛난 과자를 만날 수 있기도 했고요. 특히 몸 자체의 움직임이 훌륭했던 두번째 에피소드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특별 공연의 물 위에 돌고래처럼 떠오르는 장면도 자꾸 눈에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장면이었지만요. 군무로 이루어진 장엄하고, 화려한 스케일의 안무는 없었지만 개별 안무가와 무용수의 표현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즐거웠던 공연입니다. 서로 닮은 구석이 없어보이는 개성적인 표현들의 집합이었거든요. 공연 안무 자체가 20분 내외로 짧게 짜였고, 그 안에 많은 이미지들을 함축해서 표현하려고 했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간결하고, 명료한 공연이었습니다.
관람 메모:
안애순 무용단의 공연이 1-2만원의 티켓 가격으로 올라가면 보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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