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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논문이 끝났습니다. 월요일에 인쇄소에서 찾아올 예정이고요. 마지막 한달은 정말 지루하고도 길었습니다. 체력을 팔아서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각인 시키는 경험이더군요. 길고도 긴 여정이 제게 남긴 것은 카페인과 니코틴이고요. 하루에 홍차를 1.5리터는 마신 것 같아요. 더위로 인한 탈진 증상 때문에 계속 물을 마셔야 하고, 카페인이 필요하다 보니 그리되었지요. 동생이 선물해준 임프라 티백이 무척 감사하더군요. 임프라 애플과 피치는 차가운 물을 부어 아이스티로 마시기에 아주 좋은 홍차여서요. 최근에 저를 만난 사람들이 지적하다시피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고요.

결론은 몸 상태가 매우 안좋아서 관절에 무리가 오고 있고,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이예요. 카페인의 힘을 빌어 낮에 세 시간, 밤에 세 시간으로 끊어서 수면을 취하다 보니 밤새 계속 잔다는 게 잘 안되네요. 피부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고요. 여하튼 보는 순간 "상태가 안 좋다"라는 느낌을 많이 전달해 줍니다. 한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며 집 밖 외출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나 책을 뒤적이면서 혼자서 쉬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요.

기꺼이 놀아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신 분들은 상태가 좋아진 후에 찾아뵙겠습니다. 대충 꼽아보니 60여명 정도여서 논문을 그 정도 찍었습니다. 올해 안에 다들 만날 수 있으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은.... (저도 그닥 자신이 없긴 합니다) 원래 바쁜 척 하면서 얼굴 보기 힘들게 만드는 인간인지라 주변 사람들도 면역이 되어있을거라 믿습니다.

아쉬움도 많고, 고치고 싶은 부분도 많은데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못 고쳐요. 제 한계가 여기까지랍니다. 잘하고 싶었건만 잘하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2.

졸업식까지 2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졸업식장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부모님께서 참여하시겠다고 하시네요.

"학사 때도 졸업식에 오셨잖아요. 똑같은 옷 입고, 똑같은 학교에서, 똑같은 사람들끼리 또 사진을 찍을 필요 있어요? 변한 게 하나도 없잖아요."
"가운이 좀 다르더라, 얘."

학사와 석사가 가운이 좀 다르긴 하지만(석박사가 조금 더 예쁘죠) 그래도 그걸 보시겠다고 학교까지 오실 생각을 하시다니 의외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운은 핑계고 그냥 참여하고 싶으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졸업식은 역시 부모님을 위한 행사인 것일까요. 당사자는 떨떠름한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뿌듯하신 모양이예요. 하긴, 이제 정말로 안녕인 곳입니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카데미. 남자, 연애, 결혼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들을 끝없는 열정에 차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기억을 만들어 준 공간. 그 안에 있는 순간들이 너무 소중했었죠. 정말로 이곳과 안녕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저릴 것 같기도 합니다. 저의 이십대를 형성해 준 곳이다 보니 여러 모로 애착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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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 06/08/12 18:50  R X
축하한다. 그리고 돈벌기도 잘 되길 바란다. 포장이 맘에 들어야 협상이 가능한 법, 그쪽이 자네가 가지고 있는걸 얼마나 갖고 싶어하는지를 자네 스스로가 파악하는게 관건일거 같은데? 웬지 일반 직장 구하는 스타일은 아닌거 같네.

다시 한 번 축하한다. :) 너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옆에서 쪼금이라도 본 나도 졸업식에 가서 축하해 주고 싶은걸. 아마 부모님도 그런 마음이실거야. 대견하잖냐.
빨간그림자 06/08/12 23:30 X
포장지를 반짝반짝하게 꾸밀 여력이 될려나 모르겠네요. 그리고 학순이의 '많은 돈'이란 개념이 좀 다르잖아요. 저임금 무료 봉사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 동네다 보니;; 조언이 필요하면 꼭 언니에게 달려갈테니 가르쳐 주세요. 여하튼 담주에 뵙겠네요. ^^

라퓨타 06/08/12 22:05  R X
고생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논문이 끝나셨군요. 졸업식장에 갈 입장은 아니기에 온라인상으로 축하의 뜻을 남깁니다.
빨간그림자 06/08/12 23:32 X
감사합니다. 어지간히 삽질을 했더니 이젠 들여다보기도 싫답니다.
여하튼 끝이어서 기쁘답니다. ㅠ.ㅠ

알테마 06/08/12 22:38  R X
논문 완성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오랜 기간 노력하신 만큼 좋은 결과 나오실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졸업도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날 되시길^^
빨간그림자 06/08/12 23:33 X
넵, 축하 인사는 마음 속에 고이 간직하고 이제부터는 취직 준비를.... OTL

ashar 06/08/12 23:49  R X
수고 많이 하였네...
니가 얼마나 열심히 하였는지... 절절히 많이 느꼈었구만..

그만큼 훌륭한 것을 얻었을것이얌..(수치로 계산이 안되는 뭐...그런것도..)

뭐가 뭔지 모르겠으나... 음..하여튼 계획대로 잘 될것이라고 생각하네
빨간그림자 06/08/13 11:17 X
응응, 고마워. 뭔가 성공하면 자세하게 쓸께. ㅜ.ㅡ

여우비 06/08/13 01:40  R X
와, 정말 축하드려요-
사촌언니가 논문 쓰는 것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면서, 정말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죠. 노력하셨으니 좋은 결과 나올 거에요^^
그나저나 정말 언제나 원하는 것을 하려면 그 돈의 압박이 참..;;
하시는 일 다 잘되길 기원합니다 :)
빨간그림자 06/08/13 11:18 X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말이 있죠.
남들이 통장에 쌓아놓고 있을 돈 만큼 우리는 학교에 퍼붓고 있다고요.
아아, 정말 심히 가난한 동네여서 눈물이 난답니다.

JIYO 06/08/13 01:50  R X
애쓰셨어요~! 아, 논문 마치고 몸 망가진 거 복구하기는 참 힘들죠. 그냥 팍팍팍 쉬어버리시길. 논문, 읽고 싶었는데 파일로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다운 받아놨답니다. 이번 일 넘기고 빌린 책 마치면 꼭 읽겠습니다.

저도 석사 때 부모님께서 꼭 오시겠다고 하여 졸업식 전에 기념사진 찍었습니다. 사진 찍고 근처 식당에서 밥 먹고 집으로 왔지요. 그리고 졸업식에는 안 갔어요. 저도 여름이었어서 날도 더웠거든요.

이제 한 시절에 마침표를 찍으시는군요.
빨간그림자 06/08/13 11:19 X
한 시절이 끝나고 다음 시절이 돌아오네요.
이 나이가 되어도 미래가 결정되지 않았다는게 축복인건지, 불행인 것인지;;

izzily 06/08/13 22:02  R X
드디어... 축하드립니다.
고갈된 몸과 마음 얼른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
전 이번에도 그 고비를 못넘고 쉬어가는지라, 부러울 따름입니다

저도 통장불리기 목적으로 학교를 쉬고 있습니다만, 그게 쉽지 않더군요. 공연장에 갖다주는 돈이 자꾸 늘어나다보니... 빨간그림자님께서는 부디 성공하시길!
빨간그림자 06/08/15 23:01 X
아아, 쉽지 않겠죠. 공연을 안보고 살 수는 없을테니... ㅠ.ㅠ

06/08/13 23:10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빨간그림자 06/08/15 23:01 X
넵. 근데 너무 자세히 읽지는 말고 대충대충 읽으세요, 부디.

schizoid 06/08/14 00:26  R X
축하드려요!!!
학교 놀러오세요. 공연도 보러 오시구요. 흐흐
빨간그림자 06/08/15 23:02 X
날씨 선선해지면 놀러갈께.
네가 이대로 나올 생각은 없는거야?

morisot 06/08/14 01:02  R X
와, 드디어 긴 여정이 끝나셨네요. 논문 완성과 졸업,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짝짝짝:) 당분간 저 사진처럼 푹 쉬세요^-^/
빨간그림자 06/08/15 23:02 X
끝나서 다행이예요. 끝이 있긴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흑흑.
이제 벌어먹고 살 일을 고민할 시기가 왔네요.

shuai 06/08/14 12:32  R X
축하합니다. 논문파일은 잘 받아두었는데 나중에 찬찬히 읽겠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
빨간그림자 06/08/15 23:03 X
으윽, 그냥 매우 천천히 읽으세요.
그리고 대충 훑어보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글이 많이 불친절해서 보여드리기가 조금 민망하네요.

magpie 06/08/14 14:24  R X
고생하였네. 새 일터도 잘 잡길 빌고 몸도 얼릉 복귀시키고.
(일 시작하면 또 몸이 축나는 것이니라;)
빨간그림자 06/08/15 23:03 X
체력을 팔아 돈을 벌어야지.....
(근데 대체 체력은 뭐 갖고 사야하는거지?;;)
magpie 06/08/16 12:48 X
체력은 또 그 돈을 팔아서 사는 것.
그런데 언제나 단계를 거듭할 땐 에너지 손실이 있다는걸 생각하면, 체력 관리의 관점에서는 돈벌이의 부가가치가 체력되사기+투자시간+에너지 손실량 보다 크지 않는 한 돈벌이를 하는 것은 마이너스라는 결론(?)이..
뭐, 돈이 생기면 다른 놀이도 할 수 있으니, 인생이란 결국 몸과 시간을 돈으로 바꿔서 연명과 놀이를 하는 걸지도? :P
데굴 06/08/16 14:19 X
체력은 약(돈)으로 사는거지. 내가 sample 아니겠남~ 연봉 인상비가 약값 인상분을 못따라가도 약값벌라고 출퇴근 열씸히 하는 인생되겠음.
빨간그림자 06/08/16 15:30 X
호오~ 엥겔 지수보다 메디컬 지수가 올라가는 삶이란 바로 그런 것. +.+

수야 06/08/15 09:36  R X
논문.. 그거.. 사람 등꼴 다 빼는 일이지요. 인문이든 과학이든.
고생하셨네요. 노력하신만큼 좋은 결과 있길 바래요.

현실이 녹녹치 않죠? 내가 가진 이 길과 남들이 가라하는 길이 언제나 같지 않으니.. 충돌이 있기 마련. 그러나 적영님은 좋은 결론 도출하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길 가시길 기원합니다~^^
빨간그림자 06/08/15 23:04 X
격려 감사드립니다. 달려가다 지치면 맥주 마시러 가야죠. :)

misha 06/08/15 10:39  R X
더운 여름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도 천천히 느긋하게 추스르시면서 푹 쉬시길. ^^
빨간그림자 06/08/15 23:05 X
격려는 마음 속에 고이 간직해 두겠습니다.
언젠가 부산에서 뵙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

달군 06/08/17 13:36  R X
드디어 끝내셨군요. 축하해요 :)
논문이라는 말자체는 완전 재미없어 뵈지만, 빨간 그림자님 논문은 재미있을것 같아요. ^_^ 그나저나 역시 돈이 문제로군요. 어디 눈먼 돈 없나.-_-;
빨간그림자 06/08/18 05:20 X
눈 먼 돈도 대가를 치뤄야 하더라고요.
유형의 대가가 아니라면 무형의 대가를. 어휴, 눈 먼 돈이 더 무서워요, 더 무서워. (설레설레)

페일레스 06/08/20 12:19  R X
아앗 누나! 늦었지만 논문 끝낸 거 축하드려요!
한여름에 쑤셔오는 몸을 추스리며 글을 쓰고 있었을 누나를 생각하니 눈물이... 흑흑 ㅠ_ㅠ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먼 옛날에 약속한 것처럼, 신촌에서 술이라도 한 잔.
그런 기회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요! 흐흐;;
그럼 앞으로도 건필하시고, 건강이 최고니까... 건강하세요. ^^
빨간그림자 06/08/20 13:07 X
페일아, 전역한거야 아니면 전역이 얼마 안남은거야?
술 사주겠다는 약속이야 당연히 유효하지.
연락이나 하렴. 누님의 핸폰 번호는 알지? :)

06/08/24 23:57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빨간그림자 06/08/25 00:32 X
무사히 받으셔서 다행입니다. 다른 분에게 등기 소포를 보냈더니 반송되어 돌아온 차여서 받으셨는지 궁금했거든요. 요즘은 등기에도 핸폰을 적어야 무사히 도착하는 것 같습니다.

DVD는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m(__)m
그리고 먹는 것은 전~혀 가리지 않습니다.

당신의 고양이 08/01/08 21:50  R X
히히-
꽤나 늦었지만 논문 받아갑니다. 재밌을 거 같아요. 저도 그쪽 전공이라 :) 수고 많으셨고, 바에서 알바하기도 재밌게 보고 있답니다 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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