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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시: 2006년 9월 2일(토); 하루 공연
공연장소: LG 아트센터

음악/대본/연출 : 고란 브레고비치(Goran Bregovic)
그림: 브란코 시비지크(Branko Cvijic)

- CAST -

클레오파트라, 집시 오페라의 카르멘: 바스카 얀코프스카(Vaska Jankovska)
바키아, 집시 오페라의 푸아드: ????
트럼펫 연주자, 집시 오페라의 에밀리오: 드라간 리스테프스키(Dragan Ristevski)
드럼 연주자, 집시 오페라의 차우셰스쿠: 알렌 아데모비치(Alen Ademovic)
보컬, 집시 오페라의 미카엘라: 류드밀라 트라야코바(Ljudmila Ratkova-Trajkova)
보컬, 집시 오페라의 담배공장의 여직공: 다니엘라 알렉산드로바(Daniela Ratkova- Aleksandrova)


1. 소 뒷걸음에 쥐를 잡다

집시 오페라 <해피 엔딩 카르멘>을 예매하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에 가깝습니다. 너무 단순해서 어처구니 없을 정도예요. 이 공연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LG 아트센터 패키지의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 예매를 했거든요. 9개 정도가 찼으니 이 한 몸 희생해서 10개로 맞추어 높은 할인률을 받아보자 노력했던 결과물입니다. 예매를 하고 나서야 제가 집시들의 공연을 예매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했을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란 브레고비치는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 음악을 담당한 것으로 보다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깐느가 총애하는(웃음)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대표작인 <집시의 시간>, <언더 그라운드>의 영화 음악을 맡았습니다. 에밀 쿠스트리차는 깐느 뿐만 아니라 저도 상당히 좋아하는 감독인데요, 앞의 두 작품이 무척 사랑하는 영화 리스트에 끼여있는지라 새삼스럽게 다시 보이더군요. 두 영화에 깔려있던 흥쾌하고, 낙천적인 트럼팻이 떠올라서요. 고란 브레고비치의 이력을 살펴보다 놀랐는데 토마스 판두르 연출의 연극 <신곡> 3부작의 음악을 맡았더군요. 신곡 3부작은 몇년 전에 LG 아트센터에서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단테의 <신곡>을 연극으로 만든 것이다 보니 음악이 굉장히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신비로웠고요. 언뜻 보아선 고란 브레고비치의 음악이라는 게 매치가 되지 않네요. 집시 음악 스타일과는 매우 다릅니다. 하나의 색깔로 규정되지 않는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매우 오래전부터 이 아티스트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는데 이제야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뉴욕에서 공연을 접했다는 분들의 호평이 잦은 것을 보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카르멘, 그리하여 다시 쓰여지는 집시의 노래

고란 브레고비치의 밴드 명칭이 웨딩 퓨너럴 밴드(Wedding and Funeral Band)인데, 그 명칭을 들을 때부터 사실 에밀 쿠스트리차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가 계속해서 생각났습니다.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에서는 고란 브레고비치가 음악을 맡지는 않았는데 정서가 매우 흡사하달까요.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라는 영화 내용 자체가 장례식과 결혼식이 함께 이루어지고, 장례식이 변하여 결혼식이 되는 집시의 감수성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마법과 해피엔딩, 그리고 빠짐없이 등장하는 거위!

<해피 앤딩 카르멘>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군요. 굉장히 익숙하고, 친근하며, 사랑스러운 느낌들. 그러나 이렇게 데자뷰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라면 이것이 아티스트 개인의 재능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 말 그대로 집시 문화 자체의 성격이라고 봐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고요. 그래도 유일한 집시에 대한 오페라인 비제의 <카르멘>이 비극으로 끝나고, 실제로 집시들이 노래하며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는 고란 브레고비치의 지적은 상큼한 느낌마저 주더군요. 비제 오페라의 카르멘은 집시의 삶을 거치며 살아온 여자라기 보다는 "빨간머리는 정열적이다"라는 식의 정열의 통속어로서 집시를 끌어다 썼다는 혐의가 강하게 듭니다.

이 이야기는 1부와 2부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클레오파트라 라는 TV 점술 프로그램의 앵커가 오디션을 치루게 되고, 거기에 참석한 바키아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바키아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다음날 있는 바키아 삼촌의 장례식에 참여합니다. 바키아 삼촌인 푸아드는 카르멘이라는 거리의 창녀를 사랑했는데 그녀와의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집시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이미 흩어져버린 푸아드의 밴드를 찾아가서 그 집시 오페라를 재현해냅니다. 극중극 형태로 진행되는 집시 오페라 카르멘이 2부인 셈입니다.

카르멘은 거위를 무척 사랑하는 소녀여서 항상 데리고 다녔는데 푸아드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기 위해 실로폰 연주를 하곤 했습니다. 담배 공장에서 일을 하던 카르멘은 스타가 되게 해준다는 유혹을 받아 도시로 떠났다가, 역에서 몸을 팔게 되는데 그러다가 경찰관 에밀리오를 만납니다. 에밀리오는 미카엘라라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카르멘을 사랑하게 되고요. 에밀리오와 푸아드는 카르멘을 사이에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푸아드는 카르멘에게 노래를 바치고, 웃음을 주었고 에밀리오는 물주였다고 표현되지만 역시 노래를 바칩니다. 예술가들을 애인들로 둔 행복한 아가씨였죠.(웃음) 현실에서는 에밀리오가 카르멘에게 총을 쏘고, 푸아드는 뒤를 따라 자살을 하게 되지만....(그래서 첫 시작에서 클레오파트라는 푸아드과 카르멘의 장례식에 참여하죠) 집시 오페라에서 이들은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래서 막판에는 카르멘-푸아드, 에밀리오- 미카엘라 두 쌍의 결혼식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장례식으로 시작해서 결혼식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 이 두 가지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집시들이 마을 결혼식과 장례식에서 연주를 주로 했다는 점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밴드의 공식적인 이름조차 결혼 장례식인 것을 보면 이 두 가지 행사는 집시들에게 유난히 축제의 느낌으로 부각된 것 같더군요. 어느 문화권에서나 장례와 혼인은 중요시되지만 이들은 장례를 앞에 치루고, 결혼을 결론으로 고집한다는 점이 특이하더군요.

현실이 무척 힘들고, 각박하게 되면 사람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로 기울어지는 것 같습니다. 현실에 대해서 분노하면 혁명이 일어나고, 그 현실을 버티고 살아내려고 하면 노래와 이야기가 만들어 집니다. 이 둘은 모두 찝찌름한 눈물 냄새와 보이지 않는 피냄새를 담고 있는데 둘 모두 세상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시점 자체에서는 동질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즉, 혁명은 이상적으로 있어야만 하는 세상이 있고, 그걸 이룰 수 있을거라는 긍정성인 것이고, 노래와 이야기는 웃음과 흥겨움으로 현실을 극복해 버리는 긍정성입니다. 제가 집시에 대해서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최하류층에 가깝게 빈곤하게 살고, 탄압받다 못해 거의 멸종 위기(?)에 이르렀는데도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3. 쿵짝쿵짝, 딴따라 밴드

음악 평은 한줄로 요약됩니다. 쿵짝쿵짝, 딴따라.

덧붙이자면 아래 사진 속의 청년, 알렌 아데모비치가 무척 귀엽습니다. 이렇게 샤방한 얼굴로 포주 역할을 하면서 시적인 노랫말을 읊조려대니 장면이 미묘해질 수 밖에. 자신이 관리하는 윤락 여성들에게 짐승처럼 팔에 낙인을 찍기엔 너무 앳되어 보여서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가버립니다. 카르멘을 꼬드겨서 도시로 불러내는 장면이나 손님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는 부분들이 애인에게 달콤한 사랑 고백을 하는 것 같으니, 원.



4. 언제나 있는 실수들, 언제나 있는 뒷담화

공연 시작 전에 동행한 지인이 "고란이 아파서 못나온대"라는 말을 해서 "에에? 그 사람이 빠지면 말이 안되잖아요. 설마요."라고 말했었는데.... 고란은 멀쩡했는데 남자 주인공이 아파서 못나왔습니다. 하루 공연인데 아파서 출연을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다니. 살짝 당혹스럽긴하더군요. 그래서 언더(?) 캐스팅의 다른 사람이 대신했는데 홍보용 영상을 살펴보니 이 사람은 원래 연주만 하는 사람인 것 같네요. 전체 멤버 숫자가 한명 줄어든 셈입니다. 덕분에 공연이 덜그럭거렸습니다. 핵심 역할을 대타에게 맡겼다고 생각하면 멤버들이 전반적으로 긴장할 수 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대타분이 등장 타이밍 자체를 착각하는 것을 보면 대타 역할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톤 자체가 생각보다 가라앉아 있었다고 보여요. 극 구조와 노래가 워낙에 흥겹고, 낙천적인 이야기라서 덮히고 있지만 긴장없이 웃고 있던 드럼 연주자인 알렌의 표정과 흥을 생각해 보면, 상대적으로 카르멘과 푸아드는 무대 장악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LG 아트센터의 고질적인 문제점인데... 외국 공연의 경우 첫날은 무조건 자막이 안맞습니다. 예외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전통이라 불러도 될 것 같아요. 무대 리허설이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설마 그럴리는 없을텐데 스크립터가 공연의 흐름을 많이 놓칩니다. 이번 공연도 예외는 아니어서 스크립터가 다소 헤매더군요. 그래서 어지간하면 LG 아트센터에서 하는 외국 공연의 첫째날 공연은 보지 않으려고 하는데 하루 밖에 안하는 공연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기는 했습니다. 팜플렛에 가사를 실어 놓았다고 해놓고서 중간 생략으로 싣는 만행을 저질렀더군요. 왜 그러셨을까요?! 번역이 덜 된 상태에서 팜플렛 시안을 넘겨서일까요. LG 아트센터의 미스테리가 날로 늘어나는군요.

관객 메모:
1) 에밀 쿠스트리차의 팬이라면 고란 브레고비치를 놓치지 말 것.
2) 오케스트라 피트석은 반드시 피하자.
피트석 뒤의 통로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레이션을 치는 경우가 많다.



             관련 그림
; 공연 내용을 담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공연 중에서는 푸아누가 남긴 그림 편지를 외꾸눈 분장을 한 고란이 열심히 읽어준다.
페피코, 페피코, 카추노아 멕시코.



             관련 영상


영상 설명: 하바네라 + 여행가방

사랑, 당신의 달콤한 사랑은
마치 집시 새와 같습니다.
때로는 혼자 날기도 하고
때로는 나와 함께 날아오르기도 하죠.

삶은 말이예요,
혼자 들고 가는
무거운, 아주 무거운 여행가방입니다.

삶은 말이예요,
혼자 들고 가는
무거운, 아주 무거운 여행가방입니다.


             관련 링크
스노우캣님의 Goran Bregovic @ Lincoln Center
; 스노우캣이 그린 고란 브레고비치의 캐리커처. 영상에 나오는 흰색 양복 아저씨임.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http://redshadow.pe.kr/tt/rserver.php?mode=tb&sl=559

kats 06/09/06 01:28  R X
이거 보셨군요^^ 브레고비치 아저씨 멋지더군요. 약간 광기 같은 게 느껴지는 포스라고 할까... 별 거 하는 거 없는데도 자꾸 시선이 갔습니다. 그나저나 푸아드가 가짜?였다니 이런 반전이 있었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빨간그림자 06/09/06 10:57 X
별 거 없다,에 한표입니다. 이 공연 자체가 그러한데 묘하게 사랑스러운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연장에 오셨었나요? 같은 지붕 아래에 있었겠군요.
kats 06/09/06 20:24 X
저도 OP에 있었습니다. 가까이 계셨을 듯 싶네요^^ 그런데, 아무도 댓글을 안 다셔서 달면 안되는 글인 줄 알았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기분으로...
빨간그림자 06/09/06 22:22 X
공연글에 댓글을 막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냥 개인 잡담일 경우는 종종 있지만. ^^

아르 06/09/06 23:56  R X
쿵짝쿵짝, 딴따라~♪
빨간그림자 06/09/07 04:27 X
관광버스 춤 나와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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