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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시: 2006년 11월 4일(토)~11월 5일(일)
공연장소: LG 아트센터
연출: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 (Eimuntas Nekrosius)
출연: 리투아니아, 메노 포르타스(Meno Fortas) 극단
http://www.menofortas.lt/
- CAST -
마녀들: Viktorija Kuodyte, Margarita Ziemelyte,Gabrielia Kuodyte
맥베스: Kostas Smoriginas
레이디 맥베스: Dalia Zykuviene-Storyk
뱅쿠오: Vidas Petkevicius
덩컨 왕: Ramunas Rudokas
병사와 그외: Povilas Budrys, Kestutis Jakstas, Salvijus Trepulis, Tomas Kizelis
네크로슈스의 마지막 시리즈 <맥베스>가 끝났습니다. 4대 비극 중에서 <리어왕>을 제외하고는 전부 무대화 되었으니 앞으로 네크로슈스가 신작을 들고 온다면 딸의 애정을 확인하고자 하는 열망에 차 있는 노인네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체 3막 구성에 55분, 55분, 60분으로 시간 배분은 비슷합니다. 1막은 세 마녀를 만나고 맥베스가 왕과 함께 성으로 돌아가겠다고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 것에서 끝납니다. 2막은 왕이 참여한 연회에서부터 시해, 왕이 되어 방해자들을 숙청하고, 자신의 연회에서 유령을 보는 장면에서 끝납니다. 3막은 멕베스가 마녀들에게서 그 유명한 '버남의 숲이 움직이기 전까지 맥베스는 몰락하지 않는다'라는 예언을 듣는 부분에서 시작하여 레이디 맥베스의 자살과 맥베스의 몰락으로 끝납니다.
1 . 유희성과 광대성
여전히 1막은 지루하다는 느낌입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알았는데 세 마녀에게 지나치게 많은 포커스를 줍니다. 이들이 노는 장면이 맥베스의 독백보다 길어요. <햄릿>에서도 1막이 길어지는데는 극중극 배우들의 비중이 커졌던 탓입니다. 실제로 그들의 행동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기 보다는 말 그대로 '볼거리' 내지는 코믹 릴리프(그러나 대사가 아닌 마임이나 표정으로 부위기를 유도하는)의 역할을 합니다. <맥베스>의 세 마녀, <햄릿>의 극중극 배우들에 대한 연출가의 방점은 네크로슈스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왕이 죽어서 등 뒤에 도끼가 찍힌 채 유령이 되어 코믹하게 어슬렁거리는 부분이나 마녀들의 어린아이 같은 장난들은 의도적으로 배치된 유머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얼마나 잘 먹히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나쁜 방식은 아니지만, 저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오히려 지루함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순진무구하게 장난치는 악의 세력'이라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리뷰들엔 저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네크로슈스의 셰익스피어에서 유희성과 광대성은 종종 기괴하고 섬뜩한 것으로 교차된다. 유쾌한 연극적 농담이나 아이 같은 놀이 속에서 이 연출가는 인물의 기혹한 운명을 선언하거나 장면들이 감추고 있는 잔혹한 의미를 드러내 놓는다. 고전적으로 가장 그로테스크한 장면 중 하나인 맥베스의 연회도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벵코우와 덩컨왕의 유령은 등에 자신을 살해한 무기인 도끼를 그대로 꽂은 채, 천진하고 바보 같은 웃음을 보이며 익살꾼처럼 장난을 치며 연회장을 돌아다닌다. 그들의 행동은 마치 원한이라고는 없는 듯, 맥베스와의 옛 우정을 회상이라도 하듯, 마치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보이는데, 그러한 천진함이 맥베스의 공포를 가중시키며 장면의 기괴함과 그 의미를 함께 드러낸다.
- 이진아, 「그의 연극은 왜 내 안에 상처를 내는가?」
이 의도된 유희성과 광대성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게 된다면 어떤 의미가 파생되는 것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관객석에서 웃음은 종종 터져나온 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희성이 맥베스란 작품과 어울리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연회장의 장면이 그냥 정신없는 난장판으로만 보였거든요. 어이없는 웃음마저 자아내는 유령에게 놀라는 맥베스를 보면서 극단적인 보색 대비를 느낀다기 보다는 맥베스의 감정에 설득되지 않아 허탈한 느낌을 받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이 연극은 불필요한 사족이 많은 작품처럼 다가왔고요. 특히 1막의 마녀들의 장난과 2막의 연회장 장면은 지루하고, 산만했습니다. 이는 연출가의 의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제게는 잘 맞지 않는 것이죠.
2 . 독백, 그 끝나지 않는 내적 고백
<맥베스>의 경우 독백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네크로슈스는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독백을 중심에 두고서 연극을 끌어갑니다. 덕분에 왕의 살해 장면이라던가 맥더프의 살해 등 외적인 사건들은 이미지로만 처리됩니다. 의도적으로 왕의 시해 장면을 압축했더군요. 무대 뒤에 걸려있는 거울들 밑을 누워서 배우가 통과하는 장면을 보여주므로(마치 물에 시체가 흘러가듯이) 간략하게 끝냅니다. 그 동안 무대 앞에서 맥베스는 '죽어버린 잠'에 대해 독백을 하고 있고요.
사건이 간략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두가지의 뜻이 됩니다. 첫째, 맥베스가 저지른 더러운 살인들이 이미지로 압축되어서 다양한 상징들로 변주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압축되어서 넘어간 사건의 틈을 독백이 차지합니다. <맥베스>는 본래 권력과 암투와 살인이 난무하는 암투극입니다. 비정함과 피의 이미지를 제거하고 내적 고백을 전면으로 내세우게 되자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 가장 빠른 속도감을 자랑하는 <맥베스>가 현저하게 느려집니다. <햄릿>보다도 느려요. 실제 공연 속도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해도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드라마의 흐름이 정적이고, 느립니다.
둘째, 캐릭터 사이의 간극이 두드러집니다. 2막에 두려움에 유령을 보는 맥베스와 3막의 몰락의 비극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맞대응하는 맥베스는 서로 다른 사람입니다. 2막에서 남편을 집요하게 설득하는 레이디 맥베스와 3막의 살인에 대한 죄책감에 잠 못 이루는 레이디 맥베스는 다른 사람입니다. A같은 행동을 했던 사람이 B같이 변하는 이유가 잘 안잡힙니다. 독백에서 다음 독백으로 건너띄기 때문에 중간을 연결하는 고리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죠. 원작을 서브 텍스트로 강하게 깔고 가는 연극입니다. 관객들이 어느 지점에서 뭔 짓을 했는지를 파악하고 있기에 다음 독백으로 휘리릭 건너가도 '나는 네가 지난 순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모드가 되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죠. 이것을 꼭 단점으로만 몰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원작의 존재를 무시하고 연출가가 선별한 대사들만으로 희곡을 구성하면 읽는 이는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렵겠더군요.
3 . 파국을 앞둔 인간에 대한 심리 묘사
1막과 2막 내내 솜옷을 입고 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무거운 느낌을 견디면서 3막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3막 때문에 이 연극을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크로슈스의 장점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 연극은 암투와 살인이 숨쉬는 극적 사건을 날려버리고 내적 독백으로 채웁니다. 햄릿 흉내를 내는 맥베스가 빛을 발하는 것은 몰락과 죽음 앞에서 입니다. 레이디 맥베스의 죽음과 맥베스의 고뇌와 죽음은 굉장히 아름답고, 깊이 있게 표현됩니다.
맥베스가 버남의 숲에 대한 예언을 들으면서 자아 도취격인 대사를 읊지만 공중에서 돌을 가득 담은 수레가 기울어져 바닥으로 돌을 떨어뜨립니다. 와르르- 무너지는 성의 느낌. 단단한 물체가 주는 둔탁한 파열음.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니 아무도 나를 죽일 순 없다'라고 중얼거리는 맥베스의 독백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는 파멸의 소리들. 돌이 떨어지면 맥베스는 두려워하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덕분에 그는 파국을 알고 있지만 고집스레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레이디 맥베스의 죽음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침상에 누워있으나 불안하기만 한 레이디 맥베스의 몽유 증세를 좌우로 침상을 흔드는 행위로 묘사한다거나, 배게를 들고서 불면증을 표현하는 표정 연기나 마임이 무척 좋아서 인상 깊더군요. 불면에 고민하던 레이디 맥베스를 사람들이 가느다란 기둥에 묶고 반대편으로 가서 밧줄을 듭니다. 그리고 줄 가운데 도끼가 걸려있습니다. 허공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도끼. 레이디 맥베스의 죽음은 반대편의 사람들이 줄을 놓아서 도끼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아내의 죽음을 발견하고 아내를 이리 저리 업고, 어쩔 줄 모르는 맥베스의 모습은 가슴이 저릴 정도입니다. '그녀는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었다'라고 말하면서도 아내를 품에서 놓지 않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마치 당연한 순리라는 듯이 말하면서도 비통해서 어쩔 줄 모르고,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마냥 쩔쩔맵니다. 그리고, 자기가 끼고 있던 장갑을 죽은 아내의 손에 끼워줍니다. 무대 반대편에서 자신과 아내의 환영이 나타납니다. 검은 옷을 입은 아내의 맥베스 환영이 선물한 빨간 장갑을 낍니다. 흰옷을 입고 죽은 아내가 흰 장갑을 끼는 것과 대조적이죠. 환영과 실물은 거울의 대칭처럼 행동합니다. 이것은 맥베스의 환상이며, 죄책감입니다. 아내의 살아 생전을 추억하는 듯이 불안불안한 장면이 보입니다. 상황이 굉장히 아름답더군요. 네크로슈스는 세익피어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맺는 관계를 가슴이 저릴 만큼 애틋하게 재구성합니다.
버남의 숲이 다가오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기대했건만 도끼소리들로 대신하여 살짝 실망했지만, 맥베스의 죽음 묘사는 좋았습니다. 마치 단두대에 올라가는 귀족 같은 느낌이었어요. 목을 깨끗하게 닦으려고 노력하는 맥베스. 그리고 머리가 잘린 후에 화장터에서 재가 되고 유골만 남아 쇠그릇 속에서 덜그럭거리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까지가 참 좋더군요. 한 줌의 먼지와 딱딱한 돌 덩어리로 돌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당히 깔끔하게 보여주어서 '이런 부분에서는 여전히 참 좋은 감각을 가진 연출가로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뒤에 쇠그릇을 들여다보려는 마녀들의 코믹한 터치는 사족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요.
관객 메모
네크로슈스 연극을 볼 때는 오케스트라 피트석을 절대 피할 것.
먼지와 흙이 엄청 날린다. 맨 앞줄은 마스크가 필요할 정도.
심지어 배우들이 빗자루나 천으로 바닥을 쓸고 다닌다.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필히 고려.
또한, '좋았다 vs 졸았다'의 비율이 1:1이다. 신중히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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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네크로슈스와 배우들이 말하는 <맥베드>
; 이 인터뷰에 대해서 몇가지 코멘트를 덧붙입니다. 첫째는 세 마녀를 젊은 여자로 설정하는 경우가 꽤 흔하다는 것입니다. 네크로슈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은 아니예요. 인터뷰에서는 이 부분에 방점을 찍었고, 작품 내에서도 나름대로의 상징을 부여받지만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보입니다. 둘째는 맥베드 역할을 한 코스타스 스모리기나스가 작품에 대해 가장 정확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레이디 맥베스는 배우가 말하는 캐릭터와 실제 연극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달라요. 만약 배우가 맞는거라면 그녀는 관객에게 다르게 전달되는 연기를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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