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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시: 2007년 5월 5일~ 25일
공연장소: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원작: 김진
연출: 이지나
안무: 안애순
작곡: 이시우
제작: 서울예술단
- CAST -
무휼: 고영빈
연: 여정옥
이지: 도정주
해명: 홍경수
혜압: 고미경
세류: 신영숙
괴유: 문예신
가희: 이채경
호동: 김호영
마로: 김백현
배극: 배성일
병아리: 심정완
젊은 새타니: 김은혜
대소: 박원묵
젊은 대소: 최정수
연비: 박석용
http://town.cyworld.com/spac
1 . 앵콜, 바람의 나라
2006년에 올라갔던 뮤지컬 <바람의 나라>가 앵콜 공연에 들어갔습니다. 제1회 더 뮤지컬 어워드에서 안무상과 조명/음향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그만큼 이미지가 화려하고 아름답던 공연이다 보니 조금 더 넉넉한 공연 기간을 잡고, 보다 많은 관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의 경우, 이 블로그로서는 드물게 열혈 빠심을 보여주었던 공연인데 이시우 작곡가분과 관련된 일련의 표절 논쟁 때문에 마음이 다소 지쳐있는 공연이기도 합니다. 이후에 다시 불거진 <하얀 거탑> OST의 문제까지 생각하면 새타니의 말대로 '손에 쥘 수도 놓을 수도 없는' 공연이기도 합니다.
공연을 오래도록 보게 되면, 특정 배우나 극단의 마니아가 되어서 올라가는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장단점이 뒤섞여서 자신의 감정 자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는 만큼 보이게 되고, 보는 만큼 알게 되어서 장점 뿐만 아니라 단점을 알고, 단점 뿐만 아니라 장점을 알게 되어서 평가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소설이 오롯이 작가 한 명이 창조해 내는 텍스트라면 공연 예술은 배우, 무대, 의상, 음악, 안무 등 각각의 영역에 속한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단일한 평가가 사실 불가능합니다. 그 모든 것을 조합해서 어떤 결과를 내리느냐가 개인의 성향과 취향이라면 저는 장단점을 모두 지적하려고 노력하는 인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객관적이려고 노력하지만 단호하지는 못하고, 마냥 열정적이기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합니다. 그게 제 공연 리뷰가 서 있는 좌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2 . 한번의 심호흡과 여유가 필요한 때
이미지가 워낙 아름다운 공연이기에 이번 앵콜 공연의 이미지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안무와 의상 같은 경우는 보기 드물게 빼어난 작품이기도 하고요. 새로 추가된 장면이라던가 넘버의 변형, 캐스팅의 변화로 인한 배우의 역량 문제는 장기 공연에 돌입하게 되는 공연이라면 어떤 공연이든지 가질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창작 뮤지컬이 해마다 달라져서 나중에는 초연과는 완벽하게 다른 공연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제법 있으니까요. 그렇게 다시 앵콜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축복인 경우도 허다하고요. 그래서 일단 저는 제 개인적 취향과는 별개로 2007년의 여러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영상물이 아닌 이상 해가 바뀌었는데도 고스란히 복제가 되어 올라간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2007년 공연에서 관객들이 좋았다고 말하는 부분은 2006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점입니다. 즉, 새로 수정해서 좋아진 것이 아니라 원래 좋았던 부분들입니다. 망무기씬, 전쟁 장면, 조명의 사용, 무휼의 독무, 의상들은 2006년의 장점들이 그대로 2007년으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관객들은 새로 바뀐 지점에 열광하는게 아니라 이 공연이 내재하고 있던 부분에 호의를 보내고 있습니다. 2007년 공연에 대해 기존 관객들이 다소 탐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앞의 좋았던 지점을 과소평가하는게 아니라 그 외에 추가된 지점을 보다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지점이 무엇일까 싶었는데.... 일단 이미지가 과잉됩니다. 호흡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계속 쏟아지고, 계속 시끄러우며, 계속 보여집니다. 그래서 장면과 장면간의 특이성이 사라졌습니다. 가령 배극이 등장하는 장면은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해 코믹한 느낌으로 가려고 의도했던 장면입니다. 정치적인 권모술수와 숙청을 압축해서 재미있게 풀어가려고 했던 부분이고요. 그런데 이것이 2007년으로 가게 되면 '볼거리'로 갑니다. 배극이 죽을 때 타악기의 연주가 주어지게 되고, 동선은 복잡해 졌으며, 스크린의 영상은 지나치게 화려합니다. 2006년 버전에서 앞의 심각한 장면과는 대비되어 한 템포 쉬고 넘어가는 부분이었던 것이 2007년이 되면 보다 진지해집니다.(지난 공연과의 상대적인 비교입니다.) 동시에 타악기의 사용이 한번 눈에 시각적으로 재현되면서 2막의 전쟁신에서의 타악기 사용이 주었던 낯설고, 신선한 느낌이 상대적으로 반감됩니다.
청룡의 등장 역시 마찬가지더군요. 아크로바틱을 하는 무용수가 중앙에 있고, 사이드에는 나레이션을 치는 배우가 있으며, 스크린 영상이 지난번 보다 화려해 졌습니다. 게다가 막 뒤쪽에서 세류, 해명, 괴유가 한번씩 등장합니다. 덕분에 시선이 많이 분산됩니다. 볼 거리는 예전보다 많아져서 시각 이미지 상으로는 화려해졌지만 오롯이 청룡에게 집중되어야 하는 장면의 의도는 오히려 반감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연의 죽음에서 집중되어야 하는 것은 연인데 두 명의 안무가가 등장해서 시선을 흩어지게 합니다. 연의 감정을 보다 처연하게 설명하려 설명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현재 연이 넘버를 부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선이 흩어지면 가사가 안들리게 됩니다. 더군다나 한쪽에서는 해명 태자가 새롭게 등장하고, 뒤에서는 스크린이 돌고 있고요.
이지와 무휼의 첫날밤 역시 그렇습니다. 무휼과 이지의 동작 자체가 많아지면서 이전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탱고 장면 같은 간결함, 눈에 들어오는 동선이 흐트러집니다. 본래 이 장면은 이지의 유혹을 무휼이 거절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동작이 많아지면서 무휼의 '거절'은 사라지고 이지의 '구애'만 두드러지게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두 사람의 섹스에 대한 은유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두 사람이 첫날밤에 관계를 갖는다고 했을 때 그걸 몸짓으로 바꾸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본다고 하면 그 결과물이 현재의 장면과 그렇게 차별성을 지닐 것인가가 고민되더군요. 음악만 좀 바꾸고, 대사만 바꾸면 동일한 몸짓으로 아름다운 첫날밤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이런 식으로 한 장면에서 들어가는 이미지가 1.5배 정도는 많아졌습니다. 극적 흐름의 설명이 많아진게 아니라 이미지가 많습니다. 그렇게 이미지의 변형이 이루어져서 미적인 효과 자체가 월등하게 높아진 것은 또 아니고요. 좋았다고 자주 언급되는 망무기굿, 전쟁 장면은 이미지가 추가된 부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다듬어진 부분이니까요. 이 두 장면이 얼마나 시선이 집중되고, 몰입되는가를 염두에 두고 다른 장면들을 고민해 보았다면 어떠했을까 싶었습니다. 임팩트를 주려고 했던 부분과 아닌 부분, 한번 강하게 사로잡고 한번 감정을 정리해주는 식의 밀고 당기기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닌까 싶은 느낌.
3 . One more step, please.....
만약 2008년에도 공연이 올라간다면 부탁하고 싶은 하나는 스크린 사용의 자제입니다. 중앙열 이후에서 관람시 배우가 보이지 않습니다. 배우보다는 무대 전체가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스크린 화면의 이미지가 배우, 음악, 몸짓을 압도합니다. 게다가 단순히 이미지를 투사만 하는게 아니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눈이 많이 피곤하더군요. 배경으로서 분위기를 잡거나 상황을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경우에는 매우 효과적이고, 세련된 연출이라고 보이는 부분인데 끝없이 쏘아대는 새로운 이미지 때문에 나중에 가면 스크린 영상 자체가 몰입을 방해합니다.
한번 스크린 이미지에 집중해서 극적 상황의 몰입을 배가 시키고, 한번은 정지시켜서 배경으로만 사용하는 식의 완급 조절이 필수적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지의 첫날밤에 궁중 처마에 피어있는 하얀 벚꽃 가지가 정적으로 피어있다가 살짝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는 느낌이 주는 호흡처럼요. 파워포인트 글자를 요란하게 쏘아올리듯이 무작정 많이 움직인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뒤쪽 관객석으로 갈수록, 배우와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무대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위치일 경우일수록 산만함이 배가 됩니다. 조명을 사용해서 배우들의 동선에 라이트를 주어 기하학적 무늬를 만드는 와중에도 화려하게 움직이는 스크린의 영상이라니. 관객의 시각선을 어느 지점으로 두고 있는지를 알 수 없는 배치라고 할까요. 시각선을 모아주는 작업이 선행된다면 공연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하튼 배우들과 무용단원들의 체력 소모가 극심했을 공연인데 무려 20일이나 올라가다니 대단하네요. 1주일만 공연해도 탈진하기 쉬운 공연인데 보름이 넘도록 쓰러지지 않고 버텨준 여러 배우와 무용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 네이버 바람동에서 만든 현수막 이미지.
막공 때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흔들어 다른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현수막의 정체입니다.
많이 사랑했었던 만큼 아쉬웠고, 때로는 마음이 아팠고, 슬펐습니다.
그래도 만들어져서 행복했던 공연, 존재해서 기뻤던 공연. 그것만은 변치 않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관련 사진과 영상
- 바람의 나라 공연 장면
- 바람의 나라 무휼/ 싸우는 자의 이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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