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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시: 2007년 6월 6일~ 6월 8일
공연장소: LG 아트센터
연출: 토마스 판두르 (Tomaz Pandur)
안무: 나초 두아토 (Nacho Duato)
출연: 스페인 국립무용단 (Compañía Nacional de Danza)
1 . 나초 두아토와 토마스 판두르
스페인 무용가인 나초 두아토와 발칸 반도 출신의 연출가인 토마스 판두르가 만나 한 편의 공연을 만들었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아티스트의 명성을 듣고 이 공연을 보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로 양분되는 것 같습니다. 나초 두아토의 이름에 기대를 걸고 이 작품을 보게 되었는가 아니면 토마스 판두르에게 기대를 걸었는가의 차이. 나초 두아토가 무용계에서는 꽤 유명한 아티스트이지만 저 같은 무용 잼병은 처음 듣는 아티스트였거든요.
제가 이 공연을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토마스 판두르의 이름이었습니다. 2002년 LG 아트센터에서 공연했던 <신곡 3부작>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공연이었고, 그 공연에 대한 기억과 향수 때문에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고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영화 감독인 빔 밴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를 모티프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니 적잖게 흥분이 되는 일이었고요. 정리를 해보자면, 관념적인 독일의 영화를 모티프로 발칸 반도 연출가가 스페인 무용단이랑 함께 만든 공연을 한국 관객이 보는 상황입니다. 다국적 혹은 무국적 공연인 셈이죠. 당연히 특정 시대의 분위기나 역사의 느낌은 거세됩니다.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아방가르드적인 도시의 분위기입니다.
선경험과 그로 인한 기대치의 차이는 감상에 적잖게 영향을 미치는 편입니다. 저를 관객 성향의 카테고리로 구분을 짓자면 1) 무용 마니아가 아닌 연극 마니아 2) 토마스 판투르라는 연출가에 대한 기대치 3) 연출가의 이전 공연을 접했음 4) 모티프가 되는 영화를 관람했고, 그 영화를 좋아함 으로 요약될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글은, 그렇게 분류되는 선경험을 가진 관객의 눈으로 본 이 공연에 대한 감상입니다.
2 . 아름다운 몸의 움직임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몸 움직임은 아주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무용이 몸으로 표현해 내는 아름다운 선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명징하게 느낄 수 있었고요. '아아, 인간의 몸이 저렇게까지 아름다울 수 있구나'하는 깨달음. 잘 훈련되고, 다듬어진 조각같은 몸이 주는 미학적인 쾌감이 상당히 강한 공연입니다. 몇몇 안무는 꽤 인상 깊었고요. 특히 한 커플씩 나와서 남녀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그렇더군요. 남자 셋이 나와서 고독 혹은 일상에 찌들은 모습을 표현해 내는 장면도 좋았고요. 무용을 좋아하는 관객의 마음을 한자락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몇몇 장면은 몸의 움직임 그 자체에 반해서 넋을 잃었습니다.
도입부나 중간까지는 좋았는데 천사가 인간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급격하게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여기서 아마 제가 연극, 즉 서사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는 점이 두드러지는게 아닌가 싶은데 몸이 아름답긴 한데 그것이 주는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을 경우 지루함을 느끼는 편입니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천사가 인간이 되는 과정은 사랑과 매개를 맺습니다. 서커스 단에서 그네를 타는 여성이 있고, 천사는 인간이 되어 그녀를 만납니다. 그녀는 보지는 못했지만 항상 그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고요. 그래서 그 유명한 대사를 말하죠. 나는 당신을 볼 수 없지만, 당신이 항상 내 곁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에 반해, 이 공연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녀의 역할이 축소됩니다. 그녀는 천사의 그 무엇도 아닌 것 같아요. 만약 천사가 인간으로 바뀐 후, 무대 왼편에 천사가 누워있고, 오른편에 여자가 서서 나레이션을 치는 장면 이후에 무언가 더 감정의 교류가 몸짓으로 표현되었던 거라면 제가 못 읽어낸 것이겠지요. 그러나 임팩트가 살짝 부족한 느낌. 여자는 거의 생뚱맞게 등장했다가 생뚱맞게 사라집니다. 없어도 되었을 것 같은 느낌마저 주고요. 연출가는 천사가 인간이 되는 과정을 그리는게 아니라, 천사라는 지적이고 사변적인 고등 생물체를 분위기와 몸짓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애시당초 방점이 인간에 있는게 아니라 천사라는 생물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영화와 해석이 달라지는 지점에서부터 이같은 의문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에 인간의 육체, 살덩어리로 천사가 있었던 탑이 채워지고 그걸 바라보는 천사를 보면서 제 생각이 맞을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지적으로 세상과 인간을 해석하는 천사의 시선이 느껴져서요. 움직임을 추구하는 무용수에게는 신과 인간의 중간에 위치한 고등생물체의 움직임 자체에 영감을 얻고, 표현하고 싶었을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천사의 움직임이라니! 제가 무용수였다고 해도 이쪽이 훨씬 흥미롭고, 이쪽에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이야기의 재미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천사가 인간이 되는 드라마틱한 추락과 상승쪽에 흥미가 있었기에 공연이 중반 이후로는 특정 시점에서 맴돌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나초 두아토라는 굉장히 멋진 아우라를 가진 무용수가 자신의 매력을 함뿍 발휘하면서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반투명한 비닐로 둘러싸인 철제로 만든 높은 탑이 주는 시각적인 거대함도 좋았고요. 그 비닐 위에 레이저로 문장들을 쏘아주는 것만으로도 세련된 도시의 분위기가 나더군요. 마지막 물의 사용도 좋았고요. 단지 이전에 토마스 판두르가 자신의 작품에서 훨씬 거대하고, 훨씬 아름답게 사용했던 모티프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흥은 떨어졌지만요. 차라리 조금만 더 공연이 연극적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싶더군요. 토마스 판두르가 정통 서사극을 하는 연출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훨씬 압도적인 공연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관련 리뷰
191970님의 [댄스] 날개(Alas)
윙클리님의 나초 두아토&토마스 판두르 '날개'
연합뉴스, <공연리뷰> 나초 두아토 신작 '날개'
; 연합뉴스의 공연리뷰인데 이쪽에서는 나초 두아토에 초점을 맞춰서 공연을 보았군요.
흥미로운 점은 나초 두아토의 공연 치고는 안무가 별로 였다는 말이 나온다는 점이고요.
저는 토마스 판투르의 공연 치고는 무대 사용이나 연출이 평범했다고 보는데 말이죠.
무용수와 연출가는 각각 자기 색깔을 줄인 채로 서로 만난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치굿윈님의 나초 두아토 & 토마스 판두르의 <날개>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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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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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찾아와보니까 비슷한 느낌을 쓰셨어요^^ 하긴 어제 얘기한 부분들을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거장이라 불리우는 이들이 살짝 살짝 아쉬운 부분들을 보여주니까 이제는 좀 더 신성들의 거침없는 포효소리가 그리워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5년, 혹은 10년후 김주원, 김현웅, 황예민, 엄재용같은 발레스타들이 자신만의 느낌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간절히 기대하지요 헤헤~
근데 두아토 아저씨는 정말 몸짱~짱~~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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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클리님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아끼신 편이죠. 저와 제 후배쪽이 조금 더 이야기들을 많이 늘어놓긴 했고요. 아마도 이게 다른 나라의 아티스트를 접하게 되는 한계인 것 같은데, 그 아티스트의 변천사를 응시하며 같이 원숙해져 가기에는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데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나라 배우들이라면 매년 극장에서 보면서 그들의 성숙한 모습과 달라지는 모습을 응시할 여유가 있지만 해외 아티스트의 경우는 그들의 전성기의 순간, 가장 테크니컬한 순간을 보고 싶어하게 되니깐.
두아토 아저씨의 분위기, 음, 정말 멋졌어요.
미중년이란 바로 이런 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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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참~그리고 다음다음주 주말에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국립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공연이 있더군요. 폴란드갔던 그 멤버가 그대로 오는 거 같은데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가격도 착해서 심히 고민되요~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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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부근 거리라면 가보고 싶은 공연일 것 같은걸요.
발레에 홀릭하시는게 되는군요.
티켓 가격이 착한 발레 프로그램이 생기면 광고 포스팅 잊지 마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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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감상기를 올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중에 빨간 그림자님 글을 보고 공감해서 이렇게 댓글 남깁니다. 저도 2002년 '신곡 3부작'을 아주 인상깊게 봤기에 판두르의 팬이라고 할 수 있고, 나초 두아토의 내한공연도 모두 빠뜨리지 않고 봐왔고, 오래 전이지만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도 봤던 터라, 기대가 더 컸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래서였는지, 아쉬움도 컸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나초 두아토도, 판두르도, 생각보다는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나초의 춤을 실제로 본 것은 꽤나 괜찮은 경험이긴 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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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단순히 나쁘지 않은 공연을 만들기엔 아티스트들이 너무 훌륭한 느낌. 무난함은 그들의 수식어가 아닌건만! 나초 두아토의 춤이, 오롯이 그 사람의 에너지와 영감으로 흘러가는 공연은 굉장히 강렬한가 보군요. 접해보지 못했던 아티스트라서 이쪽의 본 모습이 살짝 궁금하기도 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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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료검색하다고 혹시해서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공연을 정말 감동적으로 보았습니다.
그중 2부에서 나온 여성이 부른 아리아가 무엇인가요.
많이 들어본것 같긴한데 찾아보았지만 아직까지 ......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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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의 아리아가 있었던가요? 전 왜 기억이 안나는지;;
제가 잘 몰라서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아는 사람이 혹 있다면 물어봐서 느낌님의 블로그에 글로 남겨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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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날개'에 나왔던 아리아는 마스네의 '비가'입니다. (저도 확실치 않아서 주최측에 확인했습니다.^^) 이 아리아는 마스네의 오페라 '리슬르의 이야기' 중 나오는 곡인데, 우리나라에는 첼로 연주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아마 첼로 연주로 들으시면 '아하!'하실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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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감사드립니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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