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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시: 2007년 9월 7일(금) - 9월 9일(일)
공연장소: LG 아트센터

출연단체: 엑스 마키나(Ex Machina)
작/ 연출: 로베르 르빠주(Robert Lepage)
출연배우: 이브 자끄(Yves Jacques)


로베르 르빠쥬는 굉장히 감각적인 연출가입니다. 그가 이번 <안데르센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몇가지 특기할 만한 장면 연출들은 메모를 해두고 싶을 만큼 참신한 아이디어로 가득합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그 기억을 가능한한 세밀하게 적어두려고 합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안데르센 프로젝트>란 극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이름입니다. 안데르센을 기념하기 위한 어린이용 오페라 제작 프로젝트로서 이를 위해서 캐나다의 작사가인 프레드릭이 초정되어 프랑스에 오게 됩니다. 오페라 극장 디렉터인 아르노와의 만남과 프로젝트의 좌절, 이로 인한 에피소드 등이 주 내용이고요. 복잡하면서도 치밀하고, 유머로 가득한 희곡이지만 서사 보다는 연출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연극이기에 이 포스트에서는 일단 연출을 중심으로만 논의하려고 합니다.


SCENE1. 프롤로그



캐나다 출신의 록음악 작사가인 프레드릭 라부엘트는 파리 환경미화원 파업으로 인해서 극장 공연이 취소되었음을 밝히며 안데르센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관객석에 등을 돌리고 무대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는 배우의 앞에 파리 오페라 극장 관객석이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시선이 전도되는 셈이다. 사진으로 보이는 중층의 건물은 오페라 극장이며 거기에 홀로그램을 투사한 듯이 배우의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줌으로 테크놀로지의 느낌을 강화시킨다. 또한 중층의 시선이 엇갈림으로 인해 (관객이 배우의 등을 본다/ 스크린을 통해 관객이 배우의 얼굴 클로즈업을 본다/ 작사가 프레드릭이 스크린의 관객석을 본다) 환상적 공간이 창조된다. 관습적으로 이 장면은 배우가 극장 안의 관객들에게 얼굴을 보면서 치는 식으로 연출된다. 즉, LG 아트센터 관객들을 파리 오페라 극장의 관객들이라고 상정하며 연출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한 관습적인 연출을 어떻게 비틀고, 극복하는가를 볼 수 있는 장면.


SCENE2. 오프닝




초반 20초 영상이 오프닝이다. 작사가 프레드릭이 안데르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말하면 뒤에 있는 하얀 스크린이 앞으로 밀려나온다. 착시 효과를 이용한 무대 장치로 배우가 올라갈 수 있는 바닥 공간이 있다. L 자의 공간인데 관객석에서는 하얀 벽으로(평면으로) 보인다. 배우는 하얀 스크린 위에 올라서서 스프레이를 꺼내 그래피티를 한다. 안데르센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다. 반대편으로 연출가, 배우, 극단의 이름이 영화 오프닝 크레딧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비트가 강한 음악과 어울려 영화적인 환상이 구현된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이미지. 무엇보다도 이미지의 구현이 가능했던 아이디어 자체에 주목할 것.


SCENE3. 공간의 사용

연극이 공간의 제한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 공연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이 전도된다. 포르노샵, 전화부스, 인터넷 까페, 까페테리아, 동물병원, 기차 안, 회의장, 지하철, 숲, 르부르 박물관 등 모든 공간의 제약이 깨진다. 이토록 수없이 공간이 변화하는 연극이 또 있을까. 연극이 가진 매력의 80% 이상이 공간의 연출에서 나온다. 마치 영화 마냥 종횡무진 움직이는 공간에 압도 당한다.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연극이 있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탄하게 만든다. 동시에 '개 '를 무대 위에서 연출했다는 점도 플러스 점수. 이전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창세기>에서 투명막을 무대 끝에 설치해 놓고 진짜 개 두 마리를 돌아다니게 한 것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난 그때 유치진의 <소>를 이런 식으로 연출하면 뭔 일이 일어날까를 상상했었다. -_-;) 철사줄과 방울, 간단한 움직임과 무대 장치를 통해서 개의 움직임을 연극적 상상력으로 구현해 내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장면 1 인터넷 까페: 커다란 스크린을 사용해서 프레드릭이 키보드를 치는 장면(그의 어휘선택이 주는 미묘한 갈등)을 보여준다.
장면2 전화부스: 일렬로 늘어서 있는 전화 부스. 변형판으로 포르노 비디오방 등장
장면3 숲: 개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프레드릭. 움직이는 원통 기둥에 영상을 쏘아서 숲을 표현했다. 특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기둥을 움직여서 묘사했다는 것이 특이. 방울과 줄을 통해 개를 표현한 소소한 아이디어도 주목할 만하다.
장면4 박물관 계단: 스크린에 회전하는 영상을 쏘고, 돌출되어 있는 부분을 배우가 걷게 함으로서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장면5 박물관 밖: 스크린 사용



SCENE4. 한 명의 배우, 다수의 캐릭터

작품은 1인극이다. 배우 혼자서 2시간 15분을 쉬지 않고 진행한다. 주요 캐릭터인 캐나다 작사가 프레드릭과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의 디렉터인 아르노 드 라 갱브레티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 프레드릭이 말끔한 영어를 한다면 아르노는 불어와 불어의 악센트가 강한 영어를 쓴다. 배우 한 사람이 서로 다른 뉘앙스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덕분에 1인극이라는 사실을 공연 중반이 지나서야 눈치채는 관객들이 많다고 한다. 말은 하지 않고 그래피티를 하는 제3세계에서 온 노동자도 있지만(그는 포르노샵 청소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언어'가 없어서인지 캐릭터를 보여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말이 없는 대신 벽에 낙서를 하지만 그 낙서가 어떤 의미나 메세지를 전달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프레드릭(캐나다)
아르노(프랑스)


아, 또 하나의 인물. 바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덴마크)

연극 내내 말없이 등장하는 안데르센은(나레이터가 미술 작품을 설명하듯이 찬찬히 읊어줄 뿐이다) 그가 사랑했던 예니 린드와 함께 출연하는데 목 없는 마네킹이 바로 그녀이다. 이 두 사람은 18금 수위의 열렬한 러브신을 연출하기도 한다. 예니 린드의 옷을 전부 벗겨서 알몸으로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




SCENE5. 테크놀로지, 테크놀로지!



로베르 르빠주는 테크롤로지의 사용에 대해 긍정한다.

“난 테크놀러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먼 옛날 사람들은 불을 발견했고, 그래서 불 주변에 모이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림자를 보며 연극이라는 놀이를 발견했다. 첨단 기술도 잘만 이용하면 연극을 해치기는커녕 도와준다.”


그의 말대로 <안데르센 프로젝트>는 연극이 테크놀로지를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희곡의 치밀한 구성을 통해서 시공간이 교차되는 경우는 흔하지만 아직까지 공간의 한계는 컨벤션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이를 뛰어넘는 연출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테크놀로지의 맹종이 가진 함정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테크놀로지의 도움으로 극복되는 기존 한계라는 것은 놀랍지 않은가. 물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연출가의 역량일 터.



             관련 자료
<안데르센 프로젝트> 시놉시스 요약 (edited by mike님)

             관련 리뷰
윙클리님의 로베르 르빠주 '안데르센 프로젝트'
aidos님의 로베르 르빠주 [안데르센 프로젝트]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http://redshadow.pe.kr/tt/rserver.php?mode=tb&sl=713

달군 07/09/28 16:43  R X
우와...+ㅗ+
빨간그림자 07/09/30 14:32 X
오오...+ㅗ+

여우가면 07/10/03 03:46  R X
비슷한 것인지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100주년이었던가? 본적이 있어.
물론 공중파가 아니라 케이블.

...난 코엑스에서 있었던 안데르센 전시에 갔었지...아동용..ㅠ_ㅠ;;
애들사이를 두두두- 달리면서 먼저 스탬프 도장을 받거나..그랬..어..
빨간그림자 07/10/04 11:36 X
나도 안데르센 전시회에 가고 싶었는데 늘 그렇듯이 아차 하는 사이에 끝났지. OTL
예쁜 그림책이 참 많았을텐데 아쉬워.

오르페오 07/10/13 14:15  R X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정보인데 좀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블로그여서 링크를 걸어서 종종 들를까 하는데 저어하지 않으셨음 합니다.^^
빨간그림자 07/10/13 19:26 X
링크를 해주신다니 오히려 제 쪽에서 영광이죠.
요즘엔 한달에 한번 포스트가 올라가는 블로그이다 보니... ^^;;

샤인 07/11/02 01:56  R X
정보의 바다 속에서 사실상 조금만 지나도 자료가 남아있는 경우가 적은 편인데 정말 좋은 자료들 잘- 정리해 두셨네요!! (브라보)

빨간그림자 07/11/04 00:42 X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이라면 무조건 둥지에 넣어두고 보는 법이지요. ^^;

191970 07/11/02 19:31  R X
확실히 내용보다는 무대전환, 스크린, 조명 등이 인상깊던 공연이었어요. 배우의 언어, 억양등도 흥미진진했고요. 영화 못지않은 시각적 경험을 제시해준 연극이라는 게 놀라웠습니다. 보고 와서도 후기 한 줄 못적었는데 빨간그림자님이 이렇게 또 잘 정리해주시니 아주 감사하게 보고 갑니다.
빨간그림자 07/11/04 00:43 X
저도 후기를 적으려니깐 떠오르는 말이 없더라고요.
스크랩처럼 기억에 간직해 두려고 편린들을 가져왔답니다.
아이디어가 쉴새없이 반짝이는 공연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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