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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

예술학교 일년. 1편의 중편 소설과 9편의 희곡을 썼다. 특히 9편의 희곡은 외부 압력에 의해서 일주일마다 쉬지 않고 썼던 것으로 <닥치면 인간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 경험이기도 하다. 손질할 일이 남았지만 글 창고를 채워놨다는 여유에 홀로 뿌듯해 한다. 농부가 창고에 놓인 곡식을 보면서 안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가 글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 보여줄 게 있다는 게 의외로 힘이 된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에서 이 분야에 접어들었던 까닭이리라.

2. 학교 이야기

일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학교를 사랑한다는 것에 감사한다. 여기 사람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글쟁이'나 '연극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게 한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예술가상이 변하는 모양이다. 술에 쩔어있고, 가난하고, 외로우며, 정신은 맑으나 동시에 자기비하와 모멸감이 짙게 묻어나는 눈빛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다정하며, 상냥하고, 투명하다. 선배들이 부패한 세상에 저항하는 지사적 룸펜의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 예술가는 세상을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일반인에 가깝다. 조금 더 적게 벌고, 속도에 뛰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취미이자 생업으로 삼아서 오밀조밀하게 사는 느낌이랄까. 그 어느 동네보다 삶에 대한 불평이 적고, 웃음이 많고, 따사롭다. 깨어진 유리조각 같은 신경을 가진 이들일 줄 알았건만.

덕분에 동시대 예술가 집단에 대한 인식이 <매너있고, 깔끔하며, 함께 있으면 유쾌한 친구들. 단, 돈은 그닥 없음>으로 잡혀간다. 내가 결국 예술계에서 마주치고, 함께 교류할 사람들이 이들이라면 남은 인생도 즐겁지 않을까. 게다가 동족들이 모여있을 때의 시너지 효과라는 게 상당하다. 서점에서 선생님이나 선배들의 책을 볼 때, 포스터에서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볼 때 내가 어느 집단에 속해있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형체는 없으나 따사로운 느낌을 주는 띠 안에 있다는 느낌. 작가 지망생에 불과하면서도 작가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다보니 <뭐가 되든 작가가 되긴 되겠구나. 잘 팔리는 작가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마음 가짐을 갖게 된다. 글의 사회적 성취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건 분명 그들의 힘이다. 내게 '함께 걸어간다'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3. 쫌만 있으면 서른

올해가 한달이 남았다. 그리고 서른이 된다. 동갑내기 친구들도 이십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성장통을 앓는다. 누구는 결혼을 하고, 누구는 몸이 아프고, 누구는 마음 앓이를 하고, 누구는 훌쩍 타국으로 떠난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통과의례. 허물을 벗고 변태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지나간 십년을 돌이켜보고 싶은 마음이 물씬하게 드는 시간들이다. 나는 서른이어도 아직 아이 같고, 아직 배우는 중이며, 아직도 미래의 청사진이 그려지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만들어지는 중이다. 차갑고 깨끗한 하늘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좋구나. 서른이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하루하루에 마음이 벅차오른다.

끝나 간다. 이토록 가슴 아리게, 찬란하게, 눈물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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