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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시: 2008년 3월 4일~ 10일
공연장소: 아르코극장 대극장

극단: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
원작: 게오르그 뷔히너
연출: 임도완
무대감독: 김미령
조명: 구태환
음향: 김요찬

- CAST -

보이첵: 권재원
마리: 정은영
중대장: 고창석
악대장: 임무철
의사: 백원길
코러스: 이은주, 노은정, 방현숙, 이지선, 김동훈, 천재홍

http://sadarimovementlab.org



1 . 보이첵에 대하여

보이첵 혹은 보이체크(Woyzeck). 뷔희너의 이 희곡을 가지고 공연화된 작품 중에서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경우가 박지일씨가 출현했던 2003년 공연일거라 생각합니다. 굉장히 훌륭해서 사람들이 '더 이상 이 작품을 능가하는 보이첵을 볼 수 있을까?'라는 말을 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접했던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역시 굉장히 아름답고, 놀라웠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해외 연극제에서 갖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는데(2008년 영국 런던국제마임페스티벌 초청, 2007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2005년 일본 도토리현 초청, 2005년 스위스 무멘산츠 초청) 그럴 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공연 사진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장면들이 모두 시각 이미지의 아름다움과 움직임, 동선, 조형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과 함께 배우들의 훈련된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탐미적인 욕구로 가득 찬 공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신 언어와 장면이 많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 공연은 희곡을 알고 있거나 다른 버전의 <보이첵>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에겐 서사를 따라가기가 힘들거라고 보입니다. 대신 희곡 내용을 알고 있다면 충분히 연출가의 의도를 즐기실 수 있을거고요. 팜플렛의 줄거리를 그대로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레드리히 요한 프란츠 보이첵. 육군 일등병 제2연대 2대대 4중대 소총수.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 '마리'가 있다. 보이첵은 군대에서는 상사의 면도를 해주며, 의사의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고, 소변량이나 감정의 상태를 점검당한다. 가난하기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는,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삶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나약한 인간 보이첵.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는 정신착란 증상을 보인다.

어느날, 한 가설무대에서 악대장은 보이첵과 함께 온 마리에게 눈독을 들인다. 의사들과 중대장은 나약하기만 한 보이첵을 향해 인간으로서 가치없음을 놀리기만 한다. 돈 때문에 악대장과 놀아날 수 밖에 없는 마리. 결국 보이첵은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인 마리를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택하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보이첵>이라는 희곡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간통을 하는 아내를 죽이는 남편의 이야기 자체가 일종의 클리세처럼 느껴져서요. '왜 툭하면 마누라를 죽이고 난리야, 정말'이라는 마음이랄까. 오셀로가 자기의 외모와 나이 콤플렉스에 어린 아내를 질투해 죽이는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면 보이첵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보이첵이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로서 그가 동거하던 애인을 살해한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조금 더 복잡해 집니다.

희곡 이야기로 돌아가면, 보이첵은 본인 자체가 매우 예민한 성격인데다가 가난 때문에 하루에 완두콩만 먹는 의학실험에 참여하여 몸과 정신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상태입니다. 히스테리컬의 극치에서 환청을 들을 정도이니까요. 군대라는 비인간적인 대우가 정점에 달하는 집단에 있는데다 의사에 의해 몸을 통제 당합니다. 날카로운 면도날 같은 신경의 소유자인 그는 끝없이 내몰립니다. 한 사회가 한 인간을 어디까지 억압하고,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극이라고 설명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보이첵의 비극이 개인의 치정이나 내면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의 부조리함이 한 개인을 억압하는데 있다고 한다면 사다리의 <보이첵>은 그 점을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 . 몸짓과 움직임

무대 위의 소품은 오직 의자들 뿐입니다. 그 의자들과 배우의 몸 만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운 장면들. 의자들이 보이첵의 몸을 감싸고, 찍어 누를 때면 그 어떤 독백보다도 더 절실하게 찢겨나가는 한 인간의 정신이 눈에 들어옵니다. 공연을 보고 이미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팜플렛을 구입해 소장하고 싶더군요. 이 공연은 굉장히 절제된 오브제를 갖고서 놀라운 장면들을 만들어 냅니다. 이미지에 집중해서 연출할 때 항상 생기는 문제가 서사가 날아가 버린다는 점인데 이 공연에서는 이미지가 장면을 '수식'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하는 것이어서 거부감이 거의 없었습니다. 서사의 흐름 내에서 이미지가 해독되기 때문입니다. 예쁘기 꾸미기 위한 데코레이션이 아니라 장면에 대한 압축이라는 점을요. 이미지가 서사보다 뛰어난 점이 바로 시야 내에서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공연은 그런 이미지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배우들이 훈련을 많이 받았다는 게 느껴집니다. 여러 명의 배우가 의자를 가지고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 동선이 엉키면 부딪히거나 다치기 십상이겠더군요. 그런데도 짧은 암전 안에 동선 처리가 된다는 것은 배우들 간의 호흡이 굉장히 잘 맞고, 오랜 연습 시간을 거쳤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기본적인 신체 훈련 자체가 잘 되어있는 배우들이라는 느낌입니다. 이 중에서 한 사람만 다른 사람으로 바꿔도 장면이 헝클어지기 쉬울 것 같거든요. 비중이 없는 배우들이라 할지라도 단순히 엑스트라로 장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한 사람이 모두 함께 연습하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매우 강했습니다.

음악이 주는 감미로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피아졸라의 곡이 딱딱 끊어지는 탱고의 움직임에 맞춰진 작곡이라는 걸 생각하면 의자로 표현되는 날카로운 양감과 기하학적인 선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격정을 담고 있으되 리듬감을 통해서 규칙성을 반복하는 탱고 음악이니까요. 연출가가 피아졸라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서사의 흐름에 맞춰 곡을 조합을 했다는 느낌입니다. 일단 희곡을 낭독만 하면서 그와 어울리는 분위기의 음악들을 주르륵 늘어놓고 선곡했을거라 보여요. 그래서 음악과 움직임과 서사의 내용이 일치를 이루게 될 때면 마치 테트리스 조각이 정확하게 맞춰지는 것 만큼의 흥분이 있습니다. 이야!

매우 아름다운 연극입니다. 특히 이미지적인 부분에서 그러네요. 국내 관객들과 조금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기 공연이 되는 작품이 아니라 기획 공연처럼 짧은 시간 관객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내년을 기약하는 형태의 반복이어서 아쉽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 만날 날을 기대하게 되는 작품이네요.



             관련 자료
극단 사다리 보이첵 소개와 프로필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네이버 블로그싸이클럽
일간 스포츠, [인터뷰] ‘보이첵’ 주인공 권재원 "좋은 작품 인정받아 뿌듯"
한국일보, [장성희의 막전막후]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관련 리뷰
쏘냐님의 죽이는 연극을 보다 - Woyzeck by 사다리움직임연구소 (1)
쏘냐님의 죽이는 연극을 보다 - Woyzeck by 사다리움직임연구소 (2)
; (런던 국제마임페스티벌에서 공연을 보신 분. ^^)
큐진씨님의 보이첵
삐낄라님의 [03.07] 보이첵
emptynote님의 <보이첵>...그의 살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아멜리에님의 보이첵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http://redshadow.pe.kr/tt/rserver.php?mode=tb&sl=749

쏘녀 08/03/21 18:30  R X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제 후줄그레한 후기가 부끄러워집니다;;
그런데 전 에딘버러에서 본 거 아니고 이번 마임페스티벌 때 런던에서 봤습니다.
빨간그림자 08/03/22 11:56 X
앗, 그렇군요. 얼른 수정하겠습니다. 후기에도 런던이라고 나와있는데 왜 착각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주변에 애딘버러에서 공연을 보고 왔다고 극찬하던 지인 때문에 그런가봐요. ^^;

마임 패스티벌에서 공연을 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대사가 많아서 놀랐다'라고 말하는데, 마임극이 아니라 일반 연극으로 접한 사람에게는 '대사를 참 적게 썼다'라는 느낌을 받는 차이가 있더라고요. 장르의 꼬리표를 무엇으로 붙이냐에 따라서 관객이 받아들이는 게 다른가 봐요.

쏘녀 08/03/21 18:41  R X
그런데 혹시 '오매'라고 아시는지..
빨간그림자 08/03/22 11:57 X
아니요, 모르는데요. 가르쳐 주시면 아니될까요? +.+

zhenya 08/03/21 20:48  R X
흑흑흑....이거 보고 싶었었는데......ㅠㅠ

사실 내가 최초로 봤던 연극이 03년 보이체크였단 말이지..유리 부드소프 연출에 박지일씨 주연의..(거기 팜플렛 보면..괴유도 있다아~)
빨간그림자 08/03/22 12:00 X
응, 꽤 좋은 공연이더라. 아, 박지일씨 초연이 03년이구나. 얼른 수정해야겠다. 소소한 정보들에서 오류가 많은 글이군, 쿨럭;; 그런데 괴유가 거기서 뭘 하고 있었을까나? 아니, 그보다 요즘 괴유는 뭘 하고 있는 게야? 흔적없이 S단에서 증발해서 보이질 않던데.

또 공연하지 않을까?! 당연히 그러지 않을까? ㅠ.ㅠ
zhenya 08/03/25 00:50 X
괴유는... 거기서 군사 중에 하나였어..
(나도 몰랐음..단지 백치 칼이 누군가 싶어서 뒤졌더니 나오더군..)
아 맞다. 그때 남명렬 씨도 나오셨고 김호정 씨도 나오셨음..

아니 분명히 팜플렛 있었는데 왜 안 보이지...ㅠㅠ
빨간그림자 08/03/25 12:53 X
쟁쟁했구먼, 쟁쟁했어!

삐낄라 08/03/22 10:20  R X
저도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첫번째 사진의 장면에 대한 강렬한 잔상이 아직도 가시지 않네요.
어떤 글로 그 근사한 공연을 다 표현하겠습니까...저도 허접한 후기가 참 부끄러워져요 ㅎㅎ

zhenya// 5월 18일 의정부에서 하루인가 공연한다 ㅎㅎ 그래서 의정부 가기로 결정했음
빨간그림자 08/03/22 12:01 X
공연이 좋아서 들뜬 마음으로 네이버를 검색하다 삐낄라님에게까지 닿았답니다. 네이버 블로그들은 대체로 로그인이 아니면 댓글이나 글을 쓸 수가 없어서 트랙백만 냉큼 달게 되었어요, 하하. zhenya와도 아는 분이시군요. 그러고보니.... 언제 삐낄라님의 이름을 제냐양에게서 들은 것도 같은 느낌이??

5월 18일 의정부 공연 정보, 감사드립니다. 또 만나고 싶으면 의정부로 가야겠군요.
의정부..... 음......;;
zhenya 08/03/25 00:50 X
앗~ 삐낄라 안녕~~~~
여기서 보니 더 반갑구만..

쏘녀 08/03/24 02:47  R X
한국성폭력상담소 링크가 있길래 물어봤습니다. 오매는 제 동생이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좁은 동네라 혹시나 아실까해서..;;
빨간그림자 08/03/24 10:16 X
아, 전 오프라인으로 뵌 적은 없습니다. 단지 상담소 후원 회원이고, 소식지를 몇년간 꾸준히 받아보고 있는지라 소식지의 기사나 글, 사진으로 접했을 분 같네요. 다음부터는 기자분을 더 꼼꼼히 살펴봐야겠는걸요. ^^

윙클리 08/03/24 12:56  R X
보려다 결국 시간이 안 맞아서 못봤는데~-_-;; 사다리 '보이첵'은 삐낄라님 말씀처럼 18일날 의정부에 하네요.(전 그 날 네덜란드댄스시어터2 공연때문에 성남으로 가야할듯) 그런데 이번에 LG에서 '변신'을 공연하는 베스트루포트극단에서 24,25일날 '보이첵'을 공연합니다. LG공연이 괜찮으면 들러보려구요. 여긴 집에서 가까우니 ㅎㅎ 좋네요.
빨간그림자 08/03/24 14:09 X
LG의 변신은 5월 16, 18일인데 그럼 베스트루포트극단의 24, 25일 공연은 5월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런데 의정부는 의정부 예술의전당을 말하는 거지요? 프로그램이 안떠서요. 제가 못 찾는건지. ^^;
윙클리 08/03/24 23:05 X
예~5월 24,25일 맞아요. 의정부 공연은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의 일환으로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의정부 예술의 전당이 맞구요. 홈페이지가 http://www.umtf.or.kr/ 네요.
빨간그림자 08/03/24 23:33 X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음악극 축제였군요, 오호.
저도 LG공연을 본 후에 의정부로 달려갈지 아닐지를 결정해야겠는걸요.

08/03/24 21:27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빨간그림자 08/03/24 23:31 X
아앗, 그렇군요. 그럼 링크만 걸어가겠습니다. ^^;

08/03/25 10:22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빨간그림자 08/03/25 12:55 X
이게 왠일이래요. 좋은 글이 참 많았는데..... 어떤 손님이 그리 불편하게 만들어서 건물 폭파에 이르게 만들었답니까. 잡히면 때려줄께요. -_-+

하지영 08/03/25 13:54  R X
보고 싶어라. 기다렸었는데
빨간그림자 08/03/25 13:59 X
에엑? 보고 싶어하는지 몰랐어. 담에는 연락할께. ㅡ.ㅜ
(네가 박지일씨 공연을 무척 좋아했던 것은 기억한다만은....)

08/03/27 20:56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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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lie 08/03/31 00:54  R X
안녕하세요!!
엮인글을 보고 들렀습니다.
보이첵.. 정말 멋진 작품이죠.
리뷰 잘 읽고 갑니다. :D
빨간그림자 08/03/31 02:18 X
와아,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멜리에님. 네이버 블로그쪽은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글을 남길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링크만 냉큼 집어왔더랍니다. ㅠ.ㅠ

08/03/31 21:30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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