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담배 피지 맙시다. : 사유를 기록하다 - 인터넷과 소통

이전에 사귀었던 사람이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이었고, 어느날 나는 그가 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는 행위를 저지했다. 차라리 여기서 멈춰서 피자. 길 걸어가면서 피지 마. 그는 사람이 바글거리는 도로가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말을 했고, 우리는 그때 크게 말다툼을 했다. 몇달 뒤, 동생이 길을 가다가 담배를 필 때 나는 역시 제지를 했었고, 그애는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담배 피는 것을 제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걸으면서 핀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냥 멈춰서자. 저기 한 쪽에서 피고 가자. 주변 사람들은 걸으면서 담배를 피는 게 어째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언제나 그들이 말하는 '상황'이란 주관적인 기준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사람들이 있는 도로'이며, 얼마나 바짝 뒤를 따라가야 '뒤에 사람이 있는' 경우인 것일까. 나는 길 가다가 상대방이 재를 털어서 하얀 옷이 시커매진 적이 있고, 지하철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담배를 물고 있는 사람을 봤다. 그는 개찰구 앞에서 담배를 끄고 표를 내고 들어갔다. 내가 그들을 저지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그들 역시 같은 말을 할 것이다. 대체 뭐가 문제인데. 여긴 사람이 없고, 여긴 실외인데.

실내와 실외, 사람이 많은 것과 적은 것을 무슨 수로 판단할 수 있을까. 상식에서? 그렇다면 그 상식은 분명히 비흡연자의 기준에서의 상식이어야 할 것이다. 흡연자의 상식이 아니라. 나도 흡연자이지만, 많은 흡연자들이 길에서 담배 피는 행위가 엄청나게 무례하며, 노매너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지인에게 길에서 담배 피지 말라는 말을 했을 때 "뭐가 문제인데?"라는 반응을 들은 적이 많다. 원래 에티켓 혹은 매너는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들은 아니다. 단지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뿐이다.

흡연은 개인의 취향이다. 취향이 존중 받으려면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몸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요즘,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생각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간접흡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도 사실. 그런 부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중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곁길로 새는 사설이지만 광우병 소고기 먹고 발병하는 것과 간접 흡연을 통해 폐암에 걸릴 확율을 비교하면 후자쪽이 더 높지 않을까. 누군가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 사람은 길을 걷으며 담배를 피는 사람을 제지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닐까. 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지 않는 것만으로도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은 조금 더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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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그림자 | 08/08/02 14:47 | Permalink | trackback(1) | comment(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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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REd SHAdow: 시간을 기록하다 09/01/05 06:01 | delete
title : 간접흡연과 사회적 합의
Photo by VIIIIZZZZ 이전에 걸으면서 담배피지 맙시다 라는 포스트를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우연찮게 그에 대한 다른 의견을 보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간접흡연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

로아 08/08/02 23:44 | delete
저도 한 번 그림자님에게 혼났었죠^^

191970 08/08/03 00:18 | delete
저도 흡연자지만 길에서 걸어가며 담배피는 사람 정말 싫어요. 손 높이에 있는 불도 너무 무섭고, 담배 연기도 너무 싫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 생각지 않는 그 배려없음이 정말 싫어요.

misha 08/08/03 09:22 | delete
동감동감. 저 역시 담배를 필 때도 늘 서서 피워야 한다는 쪽이라 친구들이 걸어가면서 피려고 하면 막 뒷덜미 잡아채고 그랬어요. 게다가 지금은 몸 상태가 상태이다보니 걸어가며서 담배피는 사람,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피는 사람, 신호등에서 담배피는 사람들 옆에 있으면 정말 범우주적인 살의를 느낀다는;;;;

윙클리 08/08/03 16:18 | delete
담배를 안피우니까 어디서 이런 피해줄 일도 없고 누군가에게 잔소리 들을 일이 없어서 좋긴 하네요^^ 걸어가면서 피우는 거 그거 뒤통수 때려주고 도망갈 수도 없고 말이죠.

데굴 08/08/04 13:15 | delete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담배 연기가 얼마나 멀리까지 퍼지는 지를 흡연자는 모르는 모양이에요. 정말로 울컥 하고 치밀면서 뭐라도 던지고 싶다는거죠. -_-;;; 내게 이마만한 폭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요.

데굴 08/08/07 12:21 | delete
훗..
제가 회사 생활에서 경험 한 바, 자가 운전 흡연자 중에서 자기 차에선 절대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이 51%는 확실히 넘는다고 장담. 자기 차에서 냄새나는거 싫어하는 사람 꽤 되더라구.

주영 08/08/08 09:29 | delete
그러고 보면 주변의 구모군, 박모군 모두 자기 차에서는 담배 안피워. 아마도 홍모군도. ㅎㅎ

catail 08/08/19 21:40 | delete
담배 피는 사람도 길에서 지나가며 담배피는 사람이 싫어요-

zorba 08/09/08 13:31 | delete
저도 이런 내용을 예전에 포스팅했던 적이 있는데.. 정말 공감합니다. 제 친구 중에 담배 필때면 꼭 서서 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언제나 고맙죠. 이런 흡연자들이 들어야 하는데. 아 그리고 작가로 데뷔하시네요 축하드립니다. ^^

08/09/11 12:57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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